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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칼럼 (32) -대학이 크는 법
정세근 칼럼 (32) -대학이 크는 법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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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살리는 작지만 큰일 '국립대 무상교육'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국가주도로 대학을 키우는 중국이다. 미국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부러워 할 일이다. 우리보다 못했다 싶은데, 어느덧 우리보다 낫다. 

중국은 국가가 대학 통폐합을 주도했다. 이른바 중점대학 중심으로 자질구레한 대학을 모두 통폐합했다. 어차피 국가 것이었으니 반발을 하기도 어려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엄청난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통폐합할 때 새로운 공간을 주고 거의 자족적인 대학 도시를 만들었다. 캠퍼스는 캠퍼스라서 도시라는 말을 쓰기 뭐하지만, 워낙 크고 계획적인 구상 아래 대학을 이전시키고 정리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 있겠다. 

중국은 한 방에 8명씩 집어넣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숙사 생활이 보장되어있고, 아무나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참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도서관은 부족하니, 빈 강의실에서 2, 30명씩 옹기종기 공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큰 대학은 10만이 넘는다. 양자강의 맹주인 무한(武漢)대학도 크기만, 가장 큰 데는 길림(吉林)대학이다. 동북의 중심이다. 10만이면 웬만한 소도시와 맞먹는다. 

중국인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가관이다. 미국에 유학하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자기들 없으면 미국 대학이 운영되지 못한다’는 데서 나온다. 자기들이 대학 운영의 핵심이 된다는 이야기다. 돈도 그렇고, 실험도 그렇고, 자원도 그렇단다. 대학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이다. 

우리의 대학도 쉽게 부정하지 못한다. 중국학생 유치가 대학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사립대보다는 국립대로 몰리는 경향이 짙다. 경영학과는 중국어 강의를 별도로 열어주는 일도 다반사다. 

상해교통대학의 예를 들자. 과거 교통대학은 상해의 중심에 있었다. 좋은 학교지만 그렇다고 최상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교통대학은 5대 대학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어쩌다?

전 정권의 짱저민(江澤民), 기억하는가? 2019년 천안문 열병식에도 시진핑 좌측에 모신 사람이다. 그가 바로 상해교통대 전기과 출신이다, 1987년 상해 당서기장을 발판으로,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했다. 그의 권력기반이 무장경찰(武警)이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총서기를 내놓고도, 1990년에 넘겨받은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2년 반 정도 더 맡았다. 시진핑은 상해 당서기를 2007년에 맡은 바 있다. 

바로 짱저민이 교통대학을 오늘날의 5대 명문으로 키웠다. 투자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죽음을 기리려고 세운 작은 대학으로, 재정난과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와의 협력으로 금세 세계적인 명문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작은 대학도 투자하면 큰 대학된다. 

‘나라가 살려면 대학이 살아야 된다.’ 이 말이 엉뚱하다면 이렇게 바꿔보자. ‘나라가 살려면 지역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지역이 살려면 대학이 살아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이해가 된다. 사립대 운영의 난제도 안다. 그러나 사립대 교수도 인정하는, 국립대의 역할을 국가가 홀시하면 정말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의 일정 부분을 공동 선발, 공동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립대 무상교육이다. 

공짜를 좋아해서 그런지 요즘 머리가 많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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