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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개선 넘어 ‘특권대물림’ 막아야
입시개선 넘어 ‘특권대물림’ 막아야
  • 허정윤
  • 승인 2019.10.07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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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축소·학종개선은 본질 아니다
글로벌 교육개혁 트렌드에도 역행
교육세습 방지 제도화·법제화 시급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특혜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 논의가 공공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으로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지난 1일 박홍근·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시민사회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주최한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 국회 토론회가 박홍근 의원 좌장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자리에는 송인수 사걱세 공동대표와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김민섭 작가, 김종민 노동운동 단체 ‘청년 전태일’ 대표, 김성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김춘희 울산 지역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송인수 사걱세 대표는 “조국 장관 사태로 ‘대입 공정성’에 프레임이 맞춰지는데 그래서는 답이 없다”며 “입시 공정성이 아니라 근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수능 정시 확대’는 답이 될 수 없으며 몸통 격인 특권 대물림 교육 정책과 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공동대표가 국회 토론회에서 '입수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의 필요성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다. ⓒ허정윤

송 대표는 “대입 공정성은 기껏해야 ‘정시확대’나 ‘학종 비교과 대폭 삭제’ 정도에 그친다”고 말하며 정시 확대를 미래 교육 관점에서 퇴행이라고 표현했다. 그 배경에는 선진 각국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공교육 혁신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송 대표는 수능 공부가 문제 풀이와 암기 수업에 집중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한국만 입시를 위해 수능 정시 확대로 가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풀이했다.

토론회에 모인 사람들은 특권 대물림이 문제라는 점은 인지하지만 이를 중단하고 개선하는 방향은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 대표는 ‘특권 트랙’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립초, 국제중, 영재고 및 특목고, 상위 10개 대학을 ‘특권 학교’로 분류하고 그들의 특권적 요소를 짚어 보았다.

먼저 이들 학교에는 ▲우선 선발제도의 불공정 방식을 통해 우수 학생 독식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입시 과목을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 선택의 차별적 기회를 해당 학교에 제공 ▲해당 학교 출신들이 졸업 후 취업 시 같은 학교 출신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특권 계층 간 학벌 인맥 형성 ▲이 학교 졸업생들이 상급학교 진학 시 선발의 차별적 혜택을 얻는 기회가 제공됨 ▲기업체에서 특권 학교 출신 학생들을 채용과 승진 인사과정에서 우대하는 등 특권적 요소가 크다고 분석했다.

‘특권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경제력이다. 서울시교육청 학원·교습소 정보(2016)를 바탕으로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 실태 분석을 보면,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보다 유아대상 영어학원 총 학원비가 1.8배나 높았고, 그중 잠실의 한 어학원은 3.9배나 높아 부모의 경제력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2018년 ‘학교 알리미 자료로 사교육 걱정’ 분석에 따르면 서울 사립초 대비 국공립 초등학교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은 서울 국공립 중학교가1인당 125.8만 원이었고, 서울 국제중 2개교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은 1,039.7만 원으로 약 8.3배나 차이가 났다. 이어 전국 단위 자사고 10개교 평균 학비는 1,133만 원인데 반해 서울 소재 일반고의 평균 1인당 학부모 부담금 279만 원으로 집계돼 약 4.06배에 이른다.

송 대표는 심화하고 있는 ‘특권 대물림’ 현상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6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특권 대물림 교육 지수’ 조사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이를 매년 국가 대책안으로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는 ‘고등교육정책협의회’가 이와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2019년 7월 영국 고등교육정책협의회가 조사한 결과, 매년 부유한 지역의 학생은 극빈지역 또래보다 고등교육의 기회 2.4배, 최상위권 대학교 입학 가능성은 5.7배가 높다고 결과를 내놓았다”며 “앞으로 불평등 비율을 2024~25년까지 5배로 낮추고 2038~39년까지 동일 비율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관련 기구가 종합적 교육 불평등 지표를 파악해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압력이 가해질 것이며, 이와 함께 불평등 지수에 따라 예산 지원 등이 연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 대표는 대학이 스스로 일반고, 소득수준 하위, 낙후된 지역의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연쇄 효과를 언급했다.

이 밖에도 송 대표는 ▲‘수직적 대학서열 구조 개혁’을 위한 ‘국민 참여형 공론화 운동기구’ 발족 ▲출신 학교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 제도’ 법제화로 대학 서열체제 극복을 위한 우호적 정책 환경 조성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체제개편 ▲종의 비교과 독소 요소 폐지와 ‘교과세부특기사항’과 ‘수행평가’ 개선 ▲일반학교 및 ‘흙수저’ 계층을 위한 적극적 배려 정책 등을 제시하며 “위를 평탄하게 하고 아래를 끌어올리는 두 가지 방향의 균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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