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1:10 (금)
삶의 여정에서 배어난 아름다운 문장들
삶의 여정에서 배어난 아름다운 문장들
  • 교수신문
  • 승인 2019.09.27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정한 기억
유성호|교유서가 | 페이지 292

이 책은 기억의 저변에서 끌어올린 추억과 왕성한 비평 활동, 그리고 근대 문학 연구자로서 들려줄 수 있는 저자의 개성이 잘 발휘된 산문집이다. 오랜 시간 문학을 사랑해온 사람이 쓴 산문이기에 문장의 결이 지닌 섬세함이 어느 문학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 저자의 산문이 격조 높게 다가오는 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며 절제하듯 인용한 시편들도 한몫한다. 먼길을 떠나신 아버지를 추억할 때는 양주동과 김현승과 김수영 등의 애절한 시편을, 비표준화의 창조력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김영랑과 백석과 윤동주의 시편을,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선택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대목에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편을 인용한다.

모두 5부로 짜인 이 책 1부의 첫 꼭지는 미군부대에서 일하셨던 아버지의 부재와 기다림을 편지로 메우는 저자의 유년 및 문청 시절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전적 글이다. 2부는 인생과 청춘과 사랑, 언어와 여행과 기억에 관한 사유의 글들을 실었다. 3부는 문학이나 예술과 관련한 문헌과 영화에 관한 에세이로, 우리 시대를 성찰하게 하는 고전들을 통해 지난날을 돌아보는 글들이다. 4부는 문학사에 남은 여러 인물들의 세계를 돌아보고, 우리 시대에 기록해가야 할 그분들의 어떤 정신적 고갱이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견해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5부는 종교적 관심에서 출발한, 성서에 관한 에세이나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에 관한 성찰의 글을 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