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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을 찾아서3 :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영화연구실'
연구모임을 찾아서3 :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영화연구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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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종성으로 엿보기

'강원도의 힘'은 홍상수의 작품 중에서도 그 건조함과 모호함이 상한가를 치는 영화였다. 영화문법을 깨부수는 시도를 바탕에 깔고 있어, 장르적 접근으로는 해석에 한계가 있고 다른 식의 접근을 해볼만한 작품이었다. 최근에 '강원도의 힘'(삼인 刊)이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이 영화에 대한 연구논문을 십여편 모은 집중평론집이다. 이 가운데 강원도를 하성란과 김영하의 소설과 한 궤에 놓고 분석한 글이 실렸다. '강원도의 힘'이 젖줄을 대고 있는 문학적 차원을 읽어낸 이 논문은 호소력이 있었다.

이 책을 기획집필한 곳은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의 '영화연구실'(이하 '영연') 팀이다. 그간 영화관련 해외이론을 번역하고, 연구논문과 한국영화 실제비평을 꾸준히 시도함으로써 호평을 받고 있는 다학제 영화연구자 모임이다. '영연'은 최근 '강원도의 힘' 말고도 '박하사탕', '공동경비구역JSA', '수취인불명'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뤄 일반인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영연'은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 연구실, 디지털 미학 연구실, 사이버 디자인 연구실 등으로 이뤄진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의 한 분과다. 그렇지만 대외활동 면에서는 '영연'이 미디어아트연구소의 얼굴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 열심히 활동중인 회원은 김경온 박사(영화미학), 김경욱 박사(영화사회학), 문재철 박사(정치적 모더니즘과 영화이론), 백문임 박사(한국영화사), 신명직 박사(애니메이션 이론), 이상면 박사(연극학), 하명해 박사(문학과 영화), 허정아 박사(누벨바그 분석) 등이다. 그 외에 문학이나 미디어 전공자들도 간간이 영화세미나와 집필에 참여해 회원구성은 유동적인 편이다.

일단 한눈에 보이는 것은 꽤 전문적인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고, 그 전공영역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임정택 미디어아트연구소 소장(연세대 독문과)은 "영화를 미학적, 역사적, 사회학적, 심리학적 관점 등 복합적인 시각에서 분석, 조명함으로써 영화 문화의 복합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지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그 지향점을 밝힌다. 그 중에서도 물론 우선순위가 있는데 그것은 한국영화에 대한 논문의 꾸준한 생산과 한국영화사에 대한 비평적 정리작업이다. 김소연, 백문임 등의 연구원이 참여해 올 6월달에 펴낸 '매혹과 혼돈의 시대'(소도 刊)는 1950년대 한국영화가 담고있는 근대적 경험의 재현을 당대적 역동성 속에 잡아내려고 한 시도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임 소장은 "본격적인 한국영화 담론을 만들고 싶다. 가벼운 평론 류의 글보다는 학문적인 기준 아래 엄격한 분석을 선보임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을 인정받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수입이론이 거의 1백%인 한국 영화이론계에 '영연'이라는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물론 아직까지 그 역사가 5년이고, 연구성과물도 최근에야 나오기 시작해 질적인 수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 하나 '영연'의 중요한 작업의 하나로 주목되는 것은 '영화교육'이다. 영화비평 교육프로그램으로 현재 2기를 모집중인 '사이버 영화 비평 스쿨'이 있고, 극영화 시나리오 공모도 주최하고 있다. 임 교수는 "교육적 차원에서 영화창작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창작품으로 여태껏 연세영화제를 4번 열어왔고 이것을 이제는 지역문화와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신촌 아트페스티발'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힌다.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다 해내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영연'의 활동은 활발하다. 영상의 비평적 차원을 진지하게 열어가는 이들에게서 호모-무비쿠스의 진정성을 엿본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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