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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두교수 두시각 “늦었지만 환영” “패착중의 패착”
지소미아 파기 두교수 두시각 “늦었지만 환영” “패착중의 패착”
  • 김범진
  • 승인 2019.09.0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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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 교수/순천대
“미국이 동북아 세력균형자의 역할 다하지 않았으니 파기 당연”
이창위 교수/서울시립대
“미국에 반대해서 살아남은 국가는 2차대전 이후 없다”
한설 순천대 초빙교수(왼쪽 두번째)는 지난 21일 천정배 의원 주최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관련 토론회에서 지소미아 유지 여부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한설 순천대 초빙교수(왼쪽 두번째)는 지난 21일 천정배 의원 주최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관련 토론회에서 지소미아 유지 여부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미국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문제를 어떻게 다뤄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미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청와대가 내놓은 지소미아 카드의 성패가 달려있는 상황 속에 교수들의 의견은 극과 극을 달렸다. 한설 순천대 사학과 초빙교수(전 육군 준장)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조금 늦은 면은 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패착 중의 패착”이라며 일본의 경제 보복이나 무역 갈등과 안보는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한설 순천대 교수는 지난 2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제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 세력균형자로서의 위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설 교수는 “한일 관계가 냉각기를 거치는 동안 미국이 (상황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한일간에 협상을 하라고 종용을 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 철회를 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이 선택할) ‘최상의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당연히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에게 그런 기대와 요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우리처럼 미국과 동맹하는 나라가 있는가. 미국은 그런 요구를 회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미국이 이해했다’고 설명한 것이 ‘거짓말’ 논란을 낳은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이미 예전부터 지소미아 파기를 언급해 왔다. 미국이 이해했다 안 했다는 이 문제의 핵심과 벗어난 사안”이라고 밝히며 “미국이 이해했다고 (정부가) 말한 걸 미국이 승낙했다는 것으로 (언론 등에서) 생각하나 본데, 어떤 독립국가가 자국의 외교적 행위를 미국에 승인받고 하는가. 승낙 유무에 따라 행위를 하고 안 하고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는 29일 “미국의 (격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의 전략적 협조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그 근간이 되는 지소미아를 한국이 파기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뒤 “미국은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 한국이 한미일 동맹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창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교량국가’ 구상에 대해서도 “국제관계는 냉엄하다. 그런 구상은 탁상공론이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에 반대해서 온전하게 안보를 유지한 국가는 2차대전 이후 전무하다. 겨우 생존을 유지한 국가는 있었지만 그 비용이나 대가는 너무 컸다. (미국과의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통해 미중간 ‘전략적 모호성’ 혹은 ‘원미근중’(遠美近中)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두 교수 모두 우려의 뜻을 전했다.

이창위 교수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 전략적 모호성을 생각할 정도로 한가한 입장이 아니”라고 운을 뗀 뒤 “북핵은 이미 완성 단계를 훌쩍 지나 소형화와 계량화에 들어가 있고, 미사일 외에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까지 곧 완성한다고 한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곧 한국과 일본이라는 상황을 부정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설 교수 역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누릴 만한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미국에) 일본의 부당한 도발에 대한 교정과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 교수는 이 문제가 결국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아직까지 한미일을 (영프독처럼) 나토 식으로 해가겠다고 생각한다. 한일간 역사적인 경험들이 (양국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거다. 그러니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과거 하토야마가 집권한 민주당같이 세계사적인 보편성을 가진 국가였다면 우리가 (따르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아베 정부는 세계사적 보편성을 벗어나고 있다. 우리를 식민지로 삼던 시대를 이상으로 삼는 국가를 어떻게 따라가겠나. 당연히 못 간다”고 덧붙였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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