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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중 '비리사학 감점' 비리사학 엄호 수단인가
대학평가 중 '비리사학 감점' 비리사학 엄호 수단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19.08.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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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진단한다
특별기고: 조정은 교수/경성대

 

조정은 교수/경성대

 교육부는 지난 8월 14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필자는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가 대학을 통제하기 위해 처음 시작한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가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문제는 논외로 하고 평가지표에 포함되어있는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감점 규정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감점 규정은 평가 배점표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2015년 1차 구조개혁평가에서부터 포함되었던 규정으로서, 부정이나 비리가 문제가 된 대학에 대하여 평가 시점  뿐만 아니라 평가 완료 이후에도 감점 및 등급 하향 조치를 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학의 공공성 및 책무성 강화’가 교육부가 내세우는 목적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과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효한 수단일까?

 사립대학의 비리가 주로 재단에 의해 주로 저질러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이 횡령이나 회계 부정을 저지른 건수가 최소 1,300건에 달하고, 비위액수는 2,6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이 금액은 말 그대로 최소 금액으로서 교육부 감사나 검찰 수사에 의해 밝혀진 사건에 대한 합계액일 뿐 실제로 사학재단 전체의 비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수히 저질러지고 있는 사학비리 중 수면 위로 드러나 위의 비리건수에 포함된 사례들은 사립대학 구성원들의 내부 고발이나 힘겨운 투쟁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범한 교수나 직원, 학생들이 대학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사학재단에 맞서 교육부 감사나 검찰 수사를 끌어 낼 수준의 증거와 자료를 확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이것이 유의미한 처벌로 이어지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비리재단을 해소시키고 학교를 지켜냈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히 기적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성취라 하겠다. 기적은 기적처럼 가끔씩은 일어난다. 상지대나 평택대의 사례에서 우리는 기적을 본다. 기적을 이룬 그 학교의 구성원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게 될까?

교육부의 비리대학 패널티 정책으로 인해 아마 이들은 대학 자체의 존립을 위해 더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만 할 것이다. 지방사립대의 생사여탈권이라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얻은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은 그 기적의 주인공들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고 있다. 2018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현직 이사장, 총장, 주요 보직자 등 대학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연루된 기관차원의 비리로 행정처분이나 감사처분, 형사처벌을 받은 대학들이 이 규정에 따라 감점처리가 되었고, 그 결과 예비자율개선 대학으로 지정되었던 일반대학 3개교와 전문대학 1개교가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되었다. 재단이 저지른 비리로 인해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됨으로써 학교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응당 받았으리라 기대되는 정부의 지원금이나 국가장학금의 혜택에서 제외됨으로써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사립대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비리는 재단이 저질렀는데, 이로 인한 처벌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받는 꼴이다. 

이 규정은 사학 비리에 맞서자는 대학의 모든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잘못을 바로잡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철딱서니 없고 무책임한 사람이라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비리와 부정에 함께 눈 감지 않으면 학교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정의를 실현하자는 목소리는 얼마나 공허한 외침이 될까.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관련 국회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되고 개선이 요구되었던 바 있다.

8월 20일에 대전에서 열린 교육부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공청회가 끝나고, 교육부 관계자에게 해당 규정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문제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비리를 바로잡았는지의 여부를 구분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네요.” 개인이 저지른 비리는 해당 개인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학교 운영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리가 어떻게 밝혀졌는지 구분하는 게 사학비리 해소보다 우선하는 가치인가? 필자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지만, 교육부 공무원들에게는 그러한 것 같다. 아니면 차마 말하지 않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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