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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책_불평등의 세대: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저자 이철승 | 문학과지성사 | 페이지 361)
화제의 새책_불평등의 세대: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저자 이철승 | 문학과지성사 | 페이지 361)
  • 교수신문
  • 승인 2019.08.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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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계 구조의 상층을 장악한 386세대 분석

왜 우리는 날로 증대되는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가.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저자의 대답은 간명하다. “386세대의 약속 위반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완성’과 ‘불평등의 심화’가 공존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명하기 위해 ‘세대론’을 꺼냈다. 한국인들이 직면한 불평등 구조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체 논의에서 ‘386세대’들이 국가와 시민사회, 시장을 가로지르며 ‘권력 자원’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그런 다음, 시계를 돌려 386세대의 부모 세대인 산업화 세대를 소환한다. 이렇게 두 세대를 불러들이고 나면, 이 책의 말미에 오늘의 청년 세대인 1990년대 출생 세대가 등장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세대’를 통해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디서 기원했고 그것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가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청년 실업과 극심한 취업 경쟁으로 인해 불안과 고통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젊은 세대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데이터는 “우리도 다 겪었으니 인내하라, 세대 갈등은 위험하다”라는 기성세대의 다독임과 우려 섞인 충고가 상당 부분 거짓임을 폭로한다.

이 책의 1장과 2장은 “좋은 운을 향유했던” 386세대가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장악하고,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 결과들은 매우 충격적이다.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고위직 장악률과 상층노동시장 점유율, 최장의 근속연수, 최고 수준의 임금과 소득점유율, 꺾일 줄 모르는 최고의 소득상승률, 세대 간 최고의 격차.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성장이 둔화돼가는 경제에서 가능했을까? 어떻게 파이는 작아지는데, 특정 세대의 몫은 줄지 않는가? 바로 386세대의 상층 리더들이 다른 세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더 가져갔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및 기업, 상층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차지한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이제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 책은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상승 통로가 막혀버린 다음 세대에게 궁극적 회의를 자아낼 뿐더러 우리 사회에 온갖 폐해를 양산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386세대 비판’이 아닌, 세대라는 관점으로 한국의 위계 구조를 비판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 특유의 위계 구조로 인해 계급과 세대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고, 따라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위계 구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는 ‘계급’보다는 ‘세대’라는 앵글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이 책의 3장에서는 산업화 세대가 소환돼 그들이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에서 유래한 한국형 위계 구조를 어떻게 도시의 공장과 사무실에 옮겨 심었는지를 그려낸다. 386세대의 리더들은 산업화 세대로부터 이러한 위계 구조를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세계화와 더불어 경쟁이 격화한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기존의 위계 조직을 유연화된 위계 구조로 업그레이드했다. 바로 연공에 따른 기존의 위계적 직무 분배 체계에 내부자(정규직)와 외부자(비정규직)를 구별하는 차별적 보상 체계를 결합시킴으로써 기업의 생산조직이 경기 사이클에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386세대의 네트워크가 한국형 위계 구조와 결합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이 거대한 베이비붐 세대가 위계 구조의 상층을 장기 독점하면서 유교적 연공 법칙인 ‘세대교체’의 룰이 무너지고 있다. 또한 세대 네트워크 내부에 속한 상층 리더들과, 거기에 속하지 못한 동 세대 하층 및 다른 세대들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응집성과 연계성을 가진 세대 네트워크가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상층권력을 장악하고, 동시에 그 세대 네트워크가 위계 구조와 결합하면서 조직 내부 혹은 조직 간의 지대 추구 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불평등은 확대되고 성장률은 낮아지며 상층 노동시장의 소득과 자산은 나날이 늘어가는 한편, 중하층과 젊은이들은 낮은 소득과 실업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출산을 포기·거부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본질인 ‘네트워크 위계라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등장과 심화’를 밝히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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