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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본역량진단, 전면개편 필요하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전면개편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8.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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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작년에 시행되었던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전국의 대학들은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과 하위권인 역량강화대학 및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누어져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다. 전자에 속한 대학들에는 정원감축 권고가 면제되고 일반재정이 지원되는 등 ‘자율적인’ 조정의 여지를 준 반면, 후자에 속한 대학들에는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진단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권역별 균형발전을 기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1년을 넘긴 지금 대학의 현실은 이같은 진단의 목표와 어긋날 뿐아니라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중장기적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평가 혁신방향’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것처럼,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그리고 균형발전이 하나같이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이 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제2주기 구조개혁의 결과 대학의 수도권 집중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권역별 균형을 고려했다는 교육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지방대와 전문대에 구조조정이 집중되고 있음은 각종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정책목표와 그 결과의 이와 같은 상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시장주의적 경쟁을 더 강화한 까닭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약 60퍼센트에 해당하는 상위권 대학들의 ‘자율적’ 조정을 보장하면서 나머지 대학들에 정원감축 및 구조조정을 집중시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한 감축권고도 학령인구 감소분인 5만명이 아니라 2만명 이하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같은 정원감축 방식은 수도권 중심 서열이 고착되어 있는 조건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지방대, 전문대, 군소대에 조정이 몰릴 수밖에 없게 만들며, 이는 최상위 대학만 제외하고 일정한 정원을 감축하게 했던 박근혜정부의 정책보다 더 시장주의에 기울어진 것이다. 이같은 방식의 진단평가가 지속되면 현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한국 대학의 장래에 암운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토론회에서도 발표했던 것처럼 필자는 내년부터 시행될 제3주기 대학평가의 방식이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구조개혁은 대학 줄이기나 죽이기가 아니라 어떻게 대학을 살릴 것인가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되어야 하고, 대학평가는 구조조정 이후의 대학체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즉 현재의 획일적 대학이 아니라 대학 각각의 특성을 더 분명히 하고, 현재의 수도권 중심의 서열을 심화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고등교육을 담당할 대학들을 육성하고, 현재의 사립대 중심 체제가 아니라 공영화된 대학이 댜수를 차지하는 대학체제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현행의 일률적 평가방식으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학들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그룹별로 구별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권역별 평가도 수도권과 지방권역들을 나누는 데서 나아가서 광역시와 지역중소도시의 대학들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가지 유력한 대안으로는 전국 대학들을 자율적 선택에 따라 연구중심, 교육중심, 기술교육중심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별 특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현재 교육부는 몇가지 개선책을 준비해 왔으며 이달 중으로 제3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발표에서 얼마나 개선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일률적인 평가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미봉책에 불과할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공론절차 없이 평가방안을 확정해도 안 될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를 계기로 현 정부가 애초 약속한 것처럼 제3주기 대학평가 방식에 대한 개선의 차원을 넘어서 전면개편까지 포함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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