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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시대의 어른이어야
대학은 시대의 어른이어야
  • 교수신문
  • 승인 2019.07.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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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교수

지난 17일부터 연세대학교가 2주간의 종합감사에 들어갔다. 이를 시작으로 대형 대학 16곳이 개교 이후 처음으로 종합감사를 받는데, 대선정국이 될 2021년까지 이어진다. 입시, 학사, 인사, 채용, 시설 등 대학운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라 한다. 특히 시민감사관을 포함된 25명의 대형 합동감사반을 투입한다.

한 교수단체는 정부가 회계감사 수준을 넘어 입학, 학사 관리까지 감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통제라며, 헌법소원 제기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사학의 책임성,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감사관의 투입에 대해서는 전문성,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동안 논란을 가져온 ‘공론화’라는 현 정부의 의사결정과정 방식과 이번 사립대 종합감사에 시민감사관을 투입한 것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탈 원전’, ‘대입제도’에 이어, 최근 한 교육감은 ‘자사고·특목고 폐지’도 공론화로 결정하자고 공개 선언하였다. ‘전문성’을 그리 중요시 하지 않는 이러한 분위기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된다. ‘평준화’, ‘공영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동안 대학은 매5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정책기조, 평가지표 맞추느라,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세우고 지켜나가기 어려웠다. 새로운 정책, 사업들이 늘 재정지원과 연계되었기 때문에, 개별 대학은 정부에 이의제기조차 하기 어려웠다.  대학은 12년 등록금 동결 시대를 지내며, 재정지원사업 하나라도 더 받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기에 ‘을’의 위치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은 본래 민족이나 국가를 초월하는 독자적 지위를 가진 독립된 자치단체다. 진리를 추구하고 그것을 전수하며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하는 곳이다. 학문의 전당으로 다음 세대를 키우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시대의 어른인 것이다. 오늘과 같이 정부, 사회에 기가 눌려, 소신조차 못 밝히는 대학이 과연 건강한가? 대학이 재정지원과 평가여론에 매달려 있다면, 미래 희망은 어디에서 기대할 것인가?

오늘의 새 시대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5년 단위 정부, 이들이 주는 재정지원사업 만을 쳐다보기보다는, 먼저 국민과 이들이 처해 있는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을 주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은 근본적으로 공공의 선을 위한 곳이다.

대학은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사업만을 무조건 따르거나, 정부나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주어지는 평가지표를 목표로 삼거나, 또는 선진 대학들의 특정 모델을 유행처럼 따라 카피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단히 찾아 나서며, 독자적 방향과 지표를 세우고 사회에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대학들은 희망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면, 10년 전부터 대학들은 교육에 관심의 초점을 키우며, ‘잘 가르치는 대학(ACE)’ 모델을 통해 독자적 인재상을 세우고 이러한 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정부와 함께 구체화시켜왔다. 최근 대학들은 ‘학생성공’을 새로운 가치로 받아들이고, 산업현장과 실질적으로 연계하며, 각 대학, 학생 맞춤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본 역량들을 키워 미래를 준비시키고 있다.

이는 재정이 아니라 태도, 철학의 문제다. 대학 스스로 성찰하며, 정직, 투명하게 당당한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바로 국민의 신뢰와 기대로 연결될 것이다. 오늘은 비록 종합감사, 등록금 동결, 인구절벽 등으로 어려워진 현실이지만, 이럴수록 대학은 시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어른으로 당당히 현실을 감내하면서, 국민들과 미래를 이야기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상아탑으로 우뚝 서기 바란다. 정치화된 등록금 등의 재정 이슈도 바로 이런 모습으로 대학 스스로 풀어가야 한다.

민경찬 교수(논설위원,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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