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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된 평가 기구 필요 … 서열화 피해야
전문화된 평가 기구 필요 … 서열화 피해야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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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분야 평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학문 분야 평가는 어디서 주관해야 하며, '서열화'는 평가의 '필요악'일 수밖에 없는가. 올해 학문분야 평가를 둘러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 분야 교수들의 갈등은 평가방식과 평가 주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짚어본다

교수들의 대교협 평가 거부 논란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태였다. 정부부처의 각종 평가, 언론사의 평가 등 평가 중복에 대학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고, 서열화된 평가 결과가 대학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에, 대교협의 '상대평가' 방식 도입은 그간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학문분야 평가의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터져나오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현재 논란의 초점이 올 하반기에 평가를 진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착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갈등의 쟁점은 대교협 학문 분야 평가의 타당성 여부다.

□ 평가대상 선정은 최소한 2년 전에 =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평가를 준비하기 위한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대교협은 교육부의 예산 편성에 따라, 매년 초에 사전예고 없이 평가대상 분야를 선정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7∼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평가를 준비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소한 2∼3년 전에 평가대상 학문 분야를 선정해야 평가부실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대교협에서도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향후 안정적인 예산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소한 2∼3년 전에 대상 분야를 선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사전예고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평가 편차 줄이려면 평가위원 늘려야 = 정성평가 결과에 있어 평가위원과 평가단 간의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해 3월 대교협에서 구성한 '학문분야평가 종합계획위원회'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단별 평가위원수의 확충'을 제안한 바 있다. 평가위원수가 늘어나면 정성평가항목에서 개인별 편차가 가장 큰 평가위원을 평가에서 제외해 정성평가가 지닌 '주관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분야평가 종합계획위원회' 위원이었던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는 "참여하는 전체 위원의 수가 증가하면 평가위원간의 편차를 줄일 수 있고, 평가대상대학에서 보다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게 되므로 평가위원 선정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평가위원의 증원은 예산문제와 직결돼 있는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실화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 대학관련정보 DB화로 업무부담 줄여야 = 대부분의 정량지표가 평가시점으로부터 3∼5년간의 자료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정부부처마다 요구하는 지표들이 조금씩 상이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25종이나 되는 평가마다 매번 자료를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교수들은 정량지표에 대한 표준 D/B를 구축하고, 대학들이 상시적으로 D/B내용을 보완하도록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업적이나 수탁연구비 등과 같은 자료들은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에서, 전임교수 관련자료나 시설 관련자료 등은 교육인적자원부와 공동관리하고, 평가기관에서 상시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평가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하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의 중요한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다.

□ 독립된 평가기구 설립해야 = 평가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대교협일지라도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학문분야 평가를 전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교협내에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설치해 보다 조직적으로 평가업무를 전담하거나, 공학이나 의학계열 등 전문 민간 평가기구가 마련돼 있는 학문분야일 경우 평가업무를 위탁하자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행정학연구'를 통해 "대교협은 각 분야별 인증 기구의 자격 기준을 인증하는 총괄 기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분야별로 다양한 인증기구를 두되, 대교협이 평가의 중복이나 대학의 평가 부담을 총괄해서 관리하자는 의견이다.

□ 기업체 활용도 높여야 = 대학들은 한 차례의 평가가 지나면 다시금 언제 평가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따로 신경을 쓰지 않는 실정이다. '서열화를 통해 한시적으로 대학들을 자극하는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정'여부가 대학입시생이나, 기업체에 중요하게 활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적 '인증'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평가의 실효성 자체도 문제시되고 있다.

평가에 대한 부담감만 있고, 평가이후 주어지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경우, 평가에 대한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적으로 평가 결과가 상호 인정되고 활용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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