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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 실패에 대한 집중 분석과 과감한 전망
알츠하이머 치료 실패에 대한 집중 분석과 과감한 전망
  • 교수신문
  • 승인 2019.07.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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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 책_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알츠하이머 병 신약개발을 중심으로』(김성민 지음, 바이오스펙테이터, 426쪽, 2019.06)

한국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60세 이상 환자는 약 77만 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의 수는 빠르게 늘어 2039년에는 200만 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치매 환자 가운데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은 7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지 능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진 환자는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다. 간병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과 돈은 환자 가족을 넘어서 사회에 부담을 준다.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실패에 대한 집중 분석과 과감한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된 퇴행성 뇌질환, 특히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했던 실패들을 살펴본다. 실패를 분석하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면 성공이기 때문이고, 실패를 공개하는 것으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책은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가장 최근의 알츠하이머 병 신약개발 실패 사례를 살펴본다. 과학에서 실패는 성공하기 직전을 뜻한다. 차분하게 실패를 살펴보며, 차분하게 앞으로의 길을 전망한다. 3장, 4장, 5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알츠하이머 병 신약개발에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살펴본다. 1장과 2장이 지금까지의 이야기였다면, 3장, 4장, 5장은 지금부터의 이야기다. 6장, 7장, 8장, 9장은 주목받고 있는 알츠하이머 병 신약개발의 쟁점을 다룬다. 

1장에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 개발의 원동력이었던 ‘아밀로이드 가설’과 그에 따라 진행된 신약개발의 개요를 살펴본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발견된다. 존 하디와 제럴드 히긴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자체에 독성이 있으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친 플라크가 알츠하이머 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지 능력 저하 등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크가 신경세포 사이에 쌓이면서 신호전달을 막으면, 기억도 판단도 운동도 막힌다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르면 이미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거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면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환자의 인지 능력 등이 유의미하게 회복된 경우는 없었다. 이로 인해 아밀로이드 가설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저자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알츠하이머 병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자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압도하는 것은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 병의 메커니즘을 구조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단순히 없애는 데만 집중했던 것이 문제라고 분석한다. 환자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는 시점에는 이미 환자의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 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지점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려는 노력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신약개발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들이 아밀로이드 가설을 서둘러 포기하기보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치료가 가능한 초기 환자 가운데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과학을 교양의 차원으로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공개하며 토론과 소통을 시도한다. 과학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대중의 판단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윤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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