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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디지털원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학문후속세대] 디지털원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 교수신문
  • 승인 2019.07.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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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서로 마주볼 때 시선은 얽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어긋나고 있다. 그것은 시선의 운명이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도 상대가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떤지 나는 잘 알 수가 없다.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각자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에 부딪치며 굴절된다.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선에 대해 먼저 말해야 한다. 그동안 강의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교수자와 학습자이기 이전에 학생들과 나는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이며 서로의 시선의 차이와 생각의 다름을 좁혀나가기 위해 애써야 하고, 관계맺음의 깊이에 따라 강의의 성공 여부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강의 중에 종종 학생들이 내가 아는 것들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경험과 그들의 경험이 다르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 차이나 세대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 나를 가로지르는 건널 수 없는 강 같은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들은 디지털원주민인 반면, 나는 ‘이주민’인 까닭이다. 
 마크 프렌스키는 디지털을 태생적으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 일상화한 사람들을 ‘디지털 원주민’(Prenski, 2001)로 세대 규정했다.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익혀 사용하는 세대들은 디지털 이주민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인류’라는 뜻으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를 변형시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용어도 출현했다.  
 필자 역시 ‘학문후속세대’라고 불리는 신진연구자에 속하지만, 그래도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세상’을 잘 기억하고 있는 나와 학생들 사이의 거리는 상당하다. 디지털적 사고와 습성을 지닌 세대들은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폰,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디지털 원주민의 특징이 현재 대학생들에게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면밀히 탐색되어야 한다. 학습자 중심 교육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다매체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원주민들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 시선으로 교육법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20세기적인 방법이 고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과의 거리는 점차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식 습득의 방식도, 화면을 인식하는 감각도 심지어 최근 어떤 연구에 따르면 무언가를 읽을 때의 안구의 움직임조차도 디지털 이주민 세대와는 현격하게 다르며, 인지하는 세상의 모습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문학 전공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세대는 새로운 문학 수용자들과 창작자들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의 사고방식과 새로운 감각을 파악하는 일은 절실히 필요한 문제다. 시대의 변화를 고려한 학문 변화 분석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급격한 때이며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존의 방식으로 현재의 새로운 흐름과 미래의 모습을 제대로 예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방도를 모색해야만 한다. 상대가 바라보는 세계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상호적인’ 관계는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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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숙명여대 한국어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쳤다. 전후시 연구로 박사논문을 받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한국어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자 대학 출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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