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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변하는 거야"   맞다. 디즈니도 그렇다
"사랑은 변하는 거야"   맞다. 디즈니도 그렇다
  • 고현석
  • 승인 2019.06.18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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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세계를 상징하는 디즈니 영화 속 사랑 이야기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영화 <라푼젤>과 2016년 영화 <모아나> 사이에서 이성 간의 로맨스는 새로운 이상에 의해 그 지배적 위치를 상실하고 있다. 바로 가족 간의 사랑이다. 디즈니 영화는 이제 주인공 남녀 둘의 키스 장면을 엔딩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요즘 디즈니 영화는 <겨울왕국>(2013년)에서의 자매간 화해,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년)과 <인사이드 아웃>(2015년)에서의 모녀간 화해, <코코>(2011년)에서의 부모-자녀간 재회 등으로 엔딩을 구성하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해피엔딩을 가져다주는 사랑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디즈니 영화가 다룬 사랑은 기존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사랑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막에서 다뤄지는 사랑 이야기는 단순히 우리 내부에 있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사랑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디즈니가 묘사해온 사랑은 앞으로 어떤 것이 올지에 대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사회 조직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적인 사랑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모든 인간관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디즈니 영화는 더 이상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녀와 부모의 화해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1959년)와 그 리메이크작인 <말레피센트>(2014년)을 비교해 보자. 두 영화 모두 샤를 페로의 동화(1829년)를 원작으로 하지만, <말레피센트>에서 이야기는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다. 공주는 여전히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자신이 걸린 마법을 풀어줄 거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왕자의 입술은 마법을 풀어줄 힘을 잃었다. 우리는 왕자가 공주에게 키스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면을 이 영화에서 본다. 공주의 마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요정이 후회를 하면서 공주의 이마에 입을 맞출 때 풀린다. 스토리의 전개는 두 영화가 모두 같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 두 영화에서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변곡점은 <라푼젤>이었다. 이미 <니모를 찾아서>(2003년)에서 이런 움직임은 일부 관찰된 바 있지만, <라푼젤>은 로맨스로부터의 탈출의 결과가 얼마나 극적인지 보여준 최초의 디즈니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디즈니 영화에서 바뀐 것은 ‘사랑’이라는 말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 생물학적 부모가 사악한 인물로 그려지고 피가 섞이지 않은 상징적인 존재가 기존의 생물학적 부모가 차지했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부모-자식 간 관계가 생물학적 관계가 아닌 감정적인 유대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낭만적인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일상의 모순을 견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에 비해 가족 간의 사랑은 현대 생활의 모든 복잡성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주제로서 더 지속성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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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 2019-07-05 20:12:29
이 신문 이전엔 읽을거리 좀 있었는데
지금은 유명 필진과 기자 모두 떠나고 뜨내기들이 들어와 찌라시 신문 만들고 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