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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연구소 설립 제안…학부제 대학선택에 맡겨야
인문학연구소 설립 제안…학부제 대학선택에 맡겨야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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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21:53:53
인문학의 위기담론은 풍성하지만 이를 치유할 대안을 찾는 논의는 사실 빈약하다. 이 점에서 보면 서울대 인문학연구소(소장 김효명 철학과 교수)가 지난달 22일 학술진흥재단에서 개최한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은 그것만으로도 주목해 봐야 할 이유가 있다.

심포지엄에서 내건 논제는 크게 네 가지. 학부제·전문대학원제 등 교육구조의 제반 문제가 처음으로 논장에 올랐고, 대학원생·대학강사 등 학문후속세대 양성, 연구비 지원방식, 연구소 및 연구원 제도 개선방안 등의 순서로 다뤄졌다.

학부제 선별적 도입 : 전수용 이화여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인문교육은 전문대학원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가운데 성급하게 도입된 학부제로 인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각 대학의 형편을 감안해 학부제를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전문대학원 제도를 빨리 확립하던가, 불가능할 때에는 융통성을 둬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학문분야에 따라선 학과제로 환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 교수의 요지였다. 또한 전문연구자는 분산되고 대학원생은 집중된 대학원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를 타 대학 교수에게 위임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으며, 조교들의 행정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형강의의 공동강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사료 대폭 인상 : 일용잡급직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의 신분적·경제적 안정을 위한 방안도 여러 가지 제안됐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우리나라 강사제도는 일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라면서 “건강한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사들을 연구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혁과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심 교수는 최저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강사료를 시간당 4만5천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방학기간에도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강사를 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해 고용기간을 최소 1년으로 늘리고 △그 명칭을 외래교수, 연구강사, 단기교수 등으로 고쳐 신분과 지위를 보장해 주는 동시에 각 대학이 실행에 옮기도록 개선실태를 평가해 행·재정 지원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지원제도 개편 : ‘인문학 연구지원 및 학문후속세대 지원 개선 방안’에 관한 장춘익 한림대 교수(사회학과)의 발표는 학술진흥재단을 비롯한 각종 출연기관의 연구지원 제도의 경직성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장 교수는 “문헌중심의 인문학 연구는 실험중심의 이·공계분야 지원과는 차별성을 둬야 한다”면서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연구비 지원규모를 줄이고 수혜기회를 늘리는 것이 인문학 연구에는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원원칙을 소수 多額主義에서 다수 重額主義주의로 전환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얘기이다. 장 교수는 △소규모 연구세미나 지원 프로그램 운용 △다학문적 연구지원 프로그램 개발 △외국 학술지 전문도서관 설립 등을 제안했다. 특히 장 교수는 연구비 지원제도의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비 지급시기의 다양화 △분야별 심사위원 공개 구성 △연구비 정산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인문학연구소 설립 : 인문학 연구소와 연구원 제도개선에 관한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사학과)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순수 인문학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국립 ‘인문학 연구소‘ 설립이다. 주 교수는 “척박한 인문학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소의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윤리문제연구원, 한국번역연구원 등 국책연구소를 시급히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국책연구소와 대학연구소의 중간 형태인 ‘대학간 연구소’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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