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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윤리성과 근원에 대한 사유
시의 윤리성과 근원에 대한 사유
  • 교수신문
  • 승인 2019.06.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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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아파니시스: 시적 윤리의 심장부
박대현 지음 | 소명출판 | 555쪽

 

이 책의 시작은 아파니시스(aphanisis)다. 라캉의 주요 개념인 아파니시스는 정신분석의 최종 단계인 주체의 사라짐, 혹은 소멸을 뜻한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욕망과 욕망이 획일화의 똬리를 틀어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를 이루는' 전체주의 국가를 향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반공, 애국의 실정성(positivity) 사유들의 틈바구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아파니시스라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인과 시들은 이러한 근대 체계의 빈틈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기서 실정성을 파괴하는 부정성(negativity)을 발견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의 말처럼 이 부정적 사유는 '윤리적 심장부'로서 실정성의 체계를 파괴한다. 시적 주체의 두 축인 실정성과 부정성 중 저자가 사유하는 부정성은 주체의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성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대신에 그 자리를 공백으로 메운다. 이 책은 시인이 만든 공백의 공간을 거닐며 한국사회 곳곳의 악의 정신성을 꿰뚫는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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