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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 인간이 인간을 편집하는 시대가 온다
'신의 영역' 인간이 인간을 편집하는 시대가 온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5.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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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지속: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 (이정동, 권혁주, 김기현, 장대익 외 지음, 민음사, 2019.04)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불리는 한국. 새로운 테크놀로지 도입에 적극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과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기술결정론을 넘어 방향을 찾고자 서울대 교수진 23명이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전공학,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새로운 교육미디어라는 네 가지 혁신 사례는 인간 존재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한다. 기하급수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직면해 서로 다른 시각을 종합하자 하나의 전망이 떠오른다. 바로 인간과 기술,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진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전의 시술 혁신 관련 논의들이 이공계 위주로 펼쳐졌다면 2901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과 우리 사회의 접점을 논하며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의 전문가가 함게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맡은 이정동 교수를 비롯해 권혁주, 김기현, 장대익 교수 등이 교육미디어, 유전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좌장을 맡았다.
중국에서 얼마 전 ‘유전자 가위’ 기술로 HIV에 내성이 있는 아기를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진보인가, 아니면 생명의 영역에 인간이 개입하는 위험한 시도인가? 이 같은 문제를 둘러싼 과학적, 철학적 쟁점이 책의 1부 ‘유전자 편집의 시대’에서 깊이 있게 다뤄진다.
이정동 교수는 서문에서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그동안 인간이 한 걸음씩 지식을 쌓아가면서 다음 단계의 기술을 만들어 가는 과정, 즉 인간이 기술의 발전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시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따져 묻다 보면 기존의 논의와 다른 인문학과 사회학적 통찰이 요구되고, 그렇게 변화된 인식의 경계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의 아이디어가 싹틀 수도 있다. 인간과 기술의 공진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기술 결정론과 기술 공포증 사이에서 군형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대익 교수는 본문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퍼-카스9을 통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태계에서 인간의 지위를 ‘유전자 기계’에서 ‘유전자 편집자’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다. 사피엔스는 지난 20만 년 동안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연을 길들여 왔다. 특히 1만 년 전쯤부터 인위 선택을 통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이런 길들임에는 늘 한계선이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다르다. 이 기술은 인공적 효소 가위를 통해 특정 염기 서열을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로서 대상 생물의 유전체 내에서 새로운 유전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느 신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우리가 해독한 후 자연이 수많은 세월 동안 느릿느릿 해 왔던 일을 빠른 속도와 대용량으로 수행해 보는 응용 기술”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하이젠베르크는 그의 주저 『부분과 전체』의 서두를 이런 명제로 열었다. 자명하지만 그만큼 잊히기 쉬운이 명제는 지금 기술의 변화 속도가 임계점에 다다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공존과 지속이라는 거대한 공감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과 함께라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화 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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