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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복원을 향한 불편한 목소리
지성의 복원을 향한 불편한 목소리
  • 교수신문
  • 승인 2019.04.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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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저항: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
이라영 지음/교유서가/200쪽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태도, 그것을 배우는 학문은 이제 '충'이라는 이름이 붙어 놀림감이 된다.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다. '진지충'을 조금 순화해 '지지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선비질'이라고도 한다. 엘리트나 식자층의 권위주의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이는 소수자와 약자를 볼모로 삼은 창작이나 저항 방식에 대한 엄숙주의자, 도덕주의자, 나아가 위선자 등으로 낙인찍는 상황으로 번져나간다. 소수자성에 대한 민감함과 예민함으로 사회를 감지하며 한국사회의 반지성주의, 그리고 반지성주의 풍토에서 자라난 혐오와 차별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반지성주의란 지식이 없는 무지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지성이 약자를 향해야 한다는 것에 비추면 지성에 대한 적극적 거부는 약자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폭력이며 결국 누가 권력을 갖고 발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세 가지 사건('블랙리스트' 사건, '나꼼수 현상', '메갈리아' 사태)울 중심으로 진지함과 생각에 대한 혐오,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와 결합하는지, 표현의 '자유'와 저항할 '권리'의 관계를 살피고, 저항과 피해자라는 보편의 위치를 누가 점하는지 치밀하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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