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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꽃등에] 벌도 아닌 것이...무기가 없어 더 착한 곤충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꽃등에] 벌도 아닌 것이...무기가 없어 더 착한 곤충
  • 권오길 교수
  • 승인 2019.04.25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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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등에
꽃등에

햇살 듬뿍 받아 활짝 웃고 있는 꽃송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흔히 게 닮은 녹황색 꼬마거미를 보는 수가 있으니 꽃게거미(crab spider)이고, 언뜻 보아 천생 꿀벌 닮은 놈이 눈앞에 윙윙거리니 꽃등에(flower fly)다. 꽃등에는 파리 무리에 드는 탓에 쏘는 침(針,sting)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뜻 붙잡을 생각을 못 한다.
  외관상으로‘벌’과 매우 흡사한‘꽃등에’를 간단히 비교한다. 꽃등에는 벌에 비해 몸집이 큰 편이고, 대개 눈이 붉고 벌의 눈은 검다. 꽃등에는 더듬이가 꿀벌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파리목(쌍시목,雙翅目) 꽃등엣과에 드는 지라 앞날개가 1쌍이지만 벌은 꿀벌과에 딸린 곤충이므로 다른 곤충처럼 앞뒤날개 2쌍이다.
  또한 꽃등에는 파리무리에 들기에 애벌레(幼蟲)가 파리구더기(maggot)와 비슷하고, 어른벌레(成蟲)는 발톱 사이에 발바닥이 있어 맛을 보고 냄새를 맡는다. 막질로 된 앞날개로 날아다니고, 뒷날개는 평형간(平衡杆,balancer)으로 퇴화되어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또 몸에 작은 털들이 나 있고, 몸 색깔과 무늬는 다양하며, 머리는 크고 잘 움직인다. 
  꽃등에는 벌을 의태(擬態,mimicry)한 것이다. 의태(짓시늉)란 약한 꽃등에와 같은 동물이 천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천적에게 경고를 날리기 위해 벌 같은 무서운 동물의 모습을 흉내 내는 현상이다. 꽃등에의 의태 말고도 북미의 새들이 잡아먹기를 겁내는 황제나비(monarch butterfly)를 모양 닮기를 한 총독나비(viceroy butterfly)를 예로 든다.
  짓시늉을 이야기하다보니 반세기도 훨씬 넘은 대학원 입학시험장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영어와 제2국어(독일어)를 끝낸 다음에 전공시험시간이었다. 다른 문제들은 그럭저럭 풀었는데 mimicry를 도통 풀 수가 없었다. 목을 빼고 맥없이 앉아있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 쉽게 푼 문제는 홀랑 다 잊었지만 이렇게 풀지 못한 문제는 긴 세월에도 化石되어 머리에 또렷이 남아있다! 인생사도 그리 다르지 않을 터다.
  꽃등에(Eristalomyia tenax)는 벌을 빼닮은 귀여운 곤충으로 길이 14~15mm로 몸은 흑갈색이고, 얼굴과 앞이마돌기는 황백색이며, 돌기의 끝은 흑갈색이다. 복부는 황적색이고, 각 마디에 검은 띠가 있으며, 제4마디 이하는 흑색이다. 다리와 더듬이는 흑갈색이고, 뒷다리 넓적다리마디의 기부는 황적색이다. 꽃에서 꽃으로 날쌔게 떠돌아다니므로 떠돌이파리(hover fly), 수벌(雄蜂)을 닮았다고 drone fly, 꽃에 날아든다고 flower fly라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6,000여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52종이 알려져 있다. 사막?툰드라?고산지대나 남극을 제외한 지구 어느 곳에나 산다.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시기를 거치는 한살이(생활사)를 갖는다. 즉, 번데기과정을 거쳐서 성충이 되는 완전변태곤충이다. 유충은 진딧물을 잡아먹고 사는 진딧물의 천적이기에 진딧물들이 많은 풀이나 나뭇잎에 산란한다. 대부분의 꽃등에는 겹눈(複眼)이 커서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양 겹눈이 서로 맞붙어 있는 것이 수컷이고, 떨어져 보이는 것이 암컷이다.
  암컷꽃등에는 백색의 타원형 소시지 모양을 한 1mm 크기의 알을 진딧물이 많은 곳에 낳는다. 알은 2~3일 후 부화하고, 유충은 파리구더기모양이며, 성충까지는 약 1개월이 걸린다. 잎에서 진딧물을 잡아먹고 자란 다 큰 유충은 땅바닥으로 떨어져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번데기가 된다. 유충 한 마리가 다 자라는 동안에 20~30마리의 진딧물을 잡는다. ?
  꽃등에유충(구더기)은 꽃등에의 종류에 따라 먹이가 다르다. 흙이나 연못, 개천에서 썩은 식물이나 동물을 먹는 부생영양을 하는 무리가 있고, 또 곡식에 해로운 진딧물(aphid)이나 멸구(leafhopper)를 먹는 무리도 있다.
  꽃등에성충은 꽃 둘레를 분주히 돌아치면서 꽃물(nectar)을 빨고 꽃가루를 핥는다. 꽃등에는 야생벌 다음으로 식물의 꽃가루받이(受粉,pollination)에 중요한 곤충인데 특히 희거니 노란 색의 꽃을 좋아한다.
  채소나 꽃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꽃등에를 비닐하우스 안에 풀어 놓아 꽃가루받이를 돕고, 애벌레를 통해 진딧물을 방제하는 친환경농법을 쓰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나비나 벌처럼 꿀을 먹으면서 꽃가루받이를 하기에 농업에 이론곤충이다. 또한 꽃등에 유충은 진딧물의 목숨앗이(天敵)로 생물학적 방제(biological control)에 매우 쓸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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