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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페이퍼로드, 2019.04)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페이퍼로드, 2019.04)
  • 교수신문
  • 승인 2019.04.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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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페이퍼로드, 2019.04)

역사적 인물로서 히틀러에 대한 이해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라면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필수 경유지다.” 지식의 매트릭스를 넘나들고 통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평가 로쟈(이현우, 한림대 교수)의 평이다. 오랜만에 가장 완벽한 히틀러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히틀러의 비서와 부하 장군, 장관, 친구, 친족과 가족, 심지어는 하숙집 주인까지 200여 명의 인터뷰와 미공개 일기, 서한, 공식 문서 등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10여 년 동안 써내려간 존 톨랜드의 작품이다.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히틀러 관련서 중에서 가장 많은 인용과 판매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히틀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히틀러는 흔히 파괴적인 야심을 대중적인 선동으로 감춘 기회주의자이며, 그의 치세는 강력한 비밀경찰의 통제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랬을까?

사회학자 엄창현은 이 책에 실린 해설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이 왜 비합리적인 정치 행위에 경도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득문득 히틀러가 떠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과학 논문도 아닌 이글이 지나치게 무거워서는 안 될 것이라 염려스러우면서도, 한번쯤은 심각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싶다. 지리적 경계를 초월해서, ‘뛰어난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왜 반복적으로 비합리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행위에 경도되며, 그리고 객관적인 이해관계에 반하는 억압의 조건들이 자신들을 마음대로 요리하도록 집단적으로 용인하는가?’ 하는 제법 복잡하고, 아카데믹한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 더러 전개되기 때문이다. 굳이 최근의 정치상황을 떠올리면, 터키, 중국, 러시아에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으려나?”

엄창현은 이어 한마디로 정리하면 히틀러는 상상력은 풍부했지만, 창의력이 빈곤했다. 이는 극복이 불가능한 그의 한계였다. ‘가방끈이 짧기때문이 아니라, 히틀러의 인간적 자질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소개됐지만, 패전이 임박했을 무렵 나치의 집권 시기나 제2차 세계대전의 개전시점과 관련해 당시의 판단이 잘못됐었다는 히틀러의 뒤늦은 후회를 증언하는 자료들이 더러 있다. ‘근본 없는 선동가로 현상에 편승해 남다른 상상력으로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는 것은 가능했지만, 미래를 디자인할 창의력이나 냉철하게 미래를 객관적으로 예견하는 능력까지 갖추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 다음 기회라는 개념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또 히틀러가 겨냥했던 과녁은 명백히 빗나갔지만, 그의 꿈은 현실화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나의 유럽이라는 기치 아래 유럽연합이 탄생했고, 공교롭게도 독일이 사실상 유럽연합을 주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히틀러로 인해 세계사의 물줄기가 크게 틀어지지는 않은 게다. 특정 역사발전 단계에서 그에게 그런 배역이 주어졌고, 그가 그것을 강렬하게 소화했을 뿐이다. 그는 그저 한바탕 잘 놀고 갔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히틀러와 제3제국은 히틀러의 사망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붕괴했다. 동시에 나치즘 역시 오늘날 정치계에서는 완전히 멸종한 상태다. 저자는 나폴레옹 이래 그 어떤 지도자의 죽음도 히틀러처럼 정권을 깡그리 소멸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나치즘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며, 우리 사회에서 히틀러와 관련된 것들을 지워버리려 애쓴다.

우리는 왜 이미 몰락해버린 그를 경계할까? 세상에는 이제 나치즘을 추앙하는 정당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지만, 극간의 시대와 폭력의 세기, 선동과 광기로 표현되는 그의 모습은 현재도 여전히 존재한다. 히틀러의 방식은 여전히 우리의 정치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시대를 파괴로 몰아갔지만, 그가 내세우는 주장은 부정적인 면에서나마 시대의 요청을 파고들었고 그 기반에는 독일의 전통과 역사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시대의 요청에 민감할 세상의 많은 정치인들이 사상과 지향점은 달라도 부분적으로 히틀러를 꿈꾼다.

꼭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는 히틀러의 시체 위에 쌓여진 시대다. 그리고 무덤 위에 선 우리는 그의 묘비를 읽고, 그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를 기억해야 한다. 그를 추억하거나 흠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자취를 몰아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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