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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 봄은 왔는데
대학 캠퍼스에 봄은 왔는데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9.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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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봄 학기 개강으로 대학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대학을 입학한 새내기들이 새로운 강의실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발걸음은 더욱 대학 캠퍼스를 역동적이게 한다.  아직 대학의 일상에 길들지 않은 새내기들의 자기정체성 모색이 가장 활발한 시간이다. 뭔가 모를 기대감과 가슴 벅참으로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이들의 가슴에 대학은 어떤 희망의 등대를 세워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이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즉 대학들은 미래를 꿈꾸는 신입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설계하고, 이를 운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수업은 대체적으로 소위 교양강좌들이다. 본격적인 전공 수업을 하기 전에 보편적인 기초 교양과목을 수강하게 함으로써 전공을 제대로 수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학제이다. 문제는 그 수업들이 주는 첫인상과 수업 내용이 신입생들의 대학생활과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의 수학을 가능하게 하는 비판적 사유와 창의적 사고의 훈련을 교양수업을 통해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을 찾아 대학에 온 학생들에게 전공 공부도 중요하지만, 전공을 더욱 심화 확대시켜나가기 위해서는 폭넓은 교양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그 동안 대학들은 전통적인 교양과목들에 대한 개선 작업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교과목의 개발을 통해 교양교육의 강화와 쇄신을 추동해왔다.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에 맞추어 다양한 과목들을 새로 개발하기도 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새로운 학습을 위한 융합교과목의 개발을 통해 학생들의 사유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업 방식도 일방적인 강의 위주의 수업을 벗어나 학생 주도형의 체험적인 학습이 가능한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이 모든 교양교육의 운영과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교양대학을 설립한 상태이다. 그런데 신설된 교양대학의 대부분이 사립대학이며, 국립대학 중 교양대학을 설립한 대학은 한 대학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립대학들은 현실적으로 취업이 힘든 인문학 관련 학과들을 통폐합하여 교양대학을 만들었고, 국립대학은 교양전담 기구는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교양과목은 학과들이 관리를 하고 있어 교양교육의 통일성과 체계는 일관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편이 학생들의 현재 교양교육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문제는 아직도 대학의 교양교과목을 인문학 영역의 과목들 중심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양의 방향은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사회과학으로, 사회과학의 경계도 허물고, 자연과학의 영역으로 스며들 수 있는 통섭과 융합의 사유가 가능한 과목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키운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인재를 교육하는 데 필요한 교양교육을 위해 교과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 4차 산업을 이끌 대학의 인재 교육은 이에 필요한 교양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교양교육의 전면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초가 든든하지 않으면 높이 집을 세우기가 힘든 것처럼 전공만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구어나갈 인재를 키우기는 힘들다.

바쁘게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 신입생들의 가슴에 우리가 미래 산업을 주도할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등대를 어떻게 달아줄 것인가? 봄 학기에 대학이 풀어가야 할 필수 과제이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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