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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성공, 학생 성공 … 학생 성공이 교수 성공이다
교수 성공, 학생 성공 … 학생 성공이 교수 성공이다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특임교수
  • 승인 2019.03.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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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매년 맞이하게 되는 “1학기” “첫 몇 주”는 캠퍼스의 봄 기운과 함께 학생은 물론 교수에게도 설레게 하는 기간이다. 신입생에게는 어려서부터 12년간 머릿속에 늘 맴돌던 대학이란 곳을 드디어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이고, 재학생에게는 지난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다짐도 하고, 다음 단계의 지적 체험을 기대하는 것이다. 교수에게는 ‘성공적인 강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어떤 모습의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한 새 학기는, 학생이나 교수나 여기 저기 강의실을 왔다 갔다 하다보면, 어느 듯 기말시험을 거치며 빠르게 지나가곤 한다. 그리고 학생은 과제 제출, 시험을 마치며 어떤 학점이 나올지, 교수는 성적입력 과정을 마무리하며 어떠한 강의평가 결과가 나올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렇게 한 한기, 또 한 학기를 지내다보면, 또 다른 봄을 맞이하며 ‘1학기’는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을 여러 해 거치다보면 교수는 어느새 정년을 코앞에 두는데, 평생 교수로서의 보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학생들은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간 힘을 써왔다. 특히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싸여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소진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성장과정에 맞게 마음껏 자연과 세상을 새롭게 느끼며 살게 놔두지 않는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조차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정말 어렵게 대학에 왔는데, 대학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졸업 후 진로라는 새로운 부담 속에 살아가게 된다.

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교수에게 학생들은 어떤 의미일까? 교수는 대개 학기당 6학점 강의를 책임지고, 학생은 매 학기 등록금을 내며 학위증을 얻기 위한 이수학점을 채워나간다. 대학들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고 새로운 역량들을 찾아내고, 이를 담아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한다. 

문제는 교수가 학생에게 실제로 무엇을 담아주고 있느냐 이다. 예를 들어, 늘 강조되는 ‘창의력’과 ‘학점’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새롭게 개설된 교과목은 과연 AI 시대에 요구되는 데이터 및 기술 활용능력, 비판적 사고력, 시스템 사고력, 기업가정신, 문화적 감수성 등을 실제로 키우는 것일까? 오늘과 같은 힘겨운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은 심어주고 있는가? 학생 개인의 삶에 대한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세우도록 돕고 있는가?

모든 학생이 성공해야 한다. ‘학생 성공’이란 학생마다 자신의 가치를 최대로 높이도록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국가, 인류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일이어야 하며, 평생 교수로서의 보람도 바로 여기애서 찾아야 한다. 학생 성공이 바로 교수 성공인 것이다. 이는 교수가 ‘한 학생의 삶’에 대한 진정어린 관심과 깊은 애정, 책임의식을 가질 때 이루어진다.

사실 학생들은 대개 자신의 잠재역량도, 그 가치를 극대화시켜나가는 방안도 잘 모른다. 대학은 바로 여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며, 교수가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여러 방식으로 적극 도와야 한다. 기존 산업은 물론 신산업을 창조하는 벤처, 중견기업 등과 소통하며,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태도 등을 확인하고 학습현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토록 체크해나가야 한다. 물론 대학별 ‘인재상’의 틀과 연계시켜야 한다. 

개학 후 첫 번째 몇 주가 한 학기를 좌우한다. 특히 신입생에게는 이 기간에 대학생활 성패의 70~80%를 결정한다고 한다. 교수는 학생들과 만나는 첫 시간부터 늦지 않아야 한다. 교수는 첫 시간에 한 학기 동안 학생에게 어떠한 역량과 태도를 담도록 훈련시킬지를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잘 담겨지도록 섬세하게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의 성공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대학은 교수들의 이러한 노력을 업적으로 적극 인정해줘야 한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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