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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다윈 데이를 기념하는가
우리는 왜 다윈 데이를 기념하는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19.02.1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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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베히 박사
▲ 마이크 베히 박사

밸런타인데이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2일은 ‘다윈 데이(Darwin Day)’,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탄생 11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과학계에서 다윈 데이는 가장 위대한 현대 과학자 중 한 명인 다윈의 탄생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윈은 그의 ‘통합 생물학 원리’를 넘어서 심리학, 사회학, 심지어는 경제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2일 미국 심리학 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는 다윈 데이를 기념하는 이유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실었다. 잡지에 따르면 코페르니쿠스, 뉴턴은 다윈 못지않게 과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지만 ‘코페르니쿠스 데이’나 ‘뉴턴 데이’는 없다. 마리 퀴리, 니콜라 테슬라, 루이 파스퇴르, 심지어는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윈이 이처럼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과학계에서 다윈만큼 비난을 많이 받은 사람은 없었다.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다윈은 ‘악마’라는 소리를 포함해 온갖 저주와 비난의 대상이었다. 다윈 데이는 기념하는 이유는 다윈 데이를 통해서 다윈이 받았던 비난을 공개적으로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다윈의 생각은 아직도 일부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는 유사 과학 진영과 지적설계론 진영으로부터 지금도 매일 공격을 받고 있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후에도 과학은 진보를 거듭해왔다. 뉴턴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도 물리학과 철학이 진보를 거듭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물리학, 철학과는 달리 다윈의 진화론은 더 정밀해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졌지만 반대 진영의 반박과 비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상태다.

다윈 진화론에 대한 공격의 대부분은 비과학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 생물학자들도 근거는 약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대표적인 학자는 마이클 베히다. 베히는 저명한 생물학자이기 때문에 진화론자들의 베히의 공격에 대해 근거를 가지고 대응해오기도 했다. 베히의 생각을 반박하지 않고 단순히 무시한다면 그의 주장이 공신력을 얻을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로 진화 과학에 대한 공격은 조직적이고 다양하며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유사과학에 반박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은 생명과학에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더 빛나는 성과를 냈을 수도 있다. 유사과학을 무시하고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고현석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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