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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율혁신' 어떻게 가능할까?
'대학의 자율혁신' 어떻게 가능할까?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9.02.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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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부는 올해 대학의 지원사업을 대학 자율성 강화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혁신을 추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대학인 경우, 그동안 지원했던 기존의 ACE, CK, PRIME, CORE, WE-UP 등의 사업을 통합해서 일반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스스로가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의 목표와 실천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시안이다. 문제는 이런 정도의 자율로 대학이 근본적으로 자율혁신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재정을 대학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예산을 세워 쓸 수 있을 때, 대학의 자율성이 제대로 획득되는 것일까? 일정 부분의 재정을 대학이 스스로 집행하고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지금보다는 대학의 자율성이 조금은 확보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은 재정을 스스로 집행하는 데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절감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이 본래 지닌 학문연구의 자유성에서 출발한다. 그 무엇에도 제한받지 않는 무한에 가까운 학문의 자유, 여기에 대학의 자율성은 뿌리를 두고 있다. 학문의 자유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는 대학의 자율성 확보란 근원적으로 모래 위의 집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역사를 일견만 하더라도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알 수 있다. 학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대학의 자율성은 제대로 세워져 갈 수 있다.

문제는 대학의 역사가 깊어져 가면서, 학문의 자유는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대학의 모든 연구는 돈에 의해서만 가능한 체제로 굳어져 버렸다. 현재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모든 연구는 연구비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시스템이 일상화되어 있다. 연구비와 관계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교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교수들은 이 시대의 별종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만큼 현재 대학은 금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체질로 굳어져 있다. 이 체질을 바꾸지 않고는 대학의 온전한 자율의 획득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을 넘어 혁신까지 추진해야 하는 대학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한 상태가 아니다. 기업 경영의 가치로 활용되어 온 혁신 개념을 학교 교육 현장에까지 끌고 들어옴으로써 여전히 대학의 운영이 기업 경영의 시스템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서는 일반 기업의 경영원리가 전혀 무익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그 중심원리는 교육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학교는 결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체가 아니고, 사람을 키우는 교육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혁신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직무 자율성과 혁신 행동 간의 관계를 분석한 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직무 자율성의 지각이 전제되어야 혁신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이 선행되지 않고는 혁신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의 자기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돈이 지급되지 않으면 교육이든 연구든 몸을 움직이지 않는 체질로 변해버린 대학의 현실 속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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