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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새해기도
거짓말쟁이의 새해기도
  • 김정규 서평위원/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 승인 2019.01.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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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최초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연구한 MIT 과학자 마빈 민스키는 심리학이 물리학을 따라가다가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은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에 적용되는 단순한 법칙을 찾는 데 성공했다. 민스키는 인간의 두뇌는 그러한 법칙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뇌는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의 실수를 교정하는 복잡한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일부 주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이 더 많이 검색되었다. ‘오바마’가 들어간 검색어 100개 중 하나에는 ‘KKK’나 ‘깜둥이’가 포함돼 있었다. 설문조사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체했지만, 사적 공간에서는 흑인을 조롱하는 마음을 실컷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는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근작 『모두 거짓말을 한다』(원제: Everybody Lies, 이영래 옮김, 더 퀘스트, 2018)에서 인간은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더 이상 속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 심리를 연구한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가히 ‘현대판 고해소’ 혹은 ‘디지털 자백약’이라 할 만하다. SNS와 검색 데이터가 서로 다른 사례를 하나 보자. 남편을 묘사할 때, SNS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최고’ ‘가장 좋은 친구’ ‘굉장한’ ‘훌륭한’ ‘너무 귀여운’이었다. 그러나 익명 검색이 가능한 구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동성애자’ ‘얼간이’ ‘놀라운’ ‘짜증 나는’ ‘못된’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증거가 분명하다. 심리학이 물리학을 따라가서는 안 될, 혹은 따라갈 수 없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인류의 근원적인 문제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 또한 인간이다. 이에 대해서 물리학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년에 타계한 위대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배지은 옮김, 까치, 2019)을 통해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10가지 ‘거대한 질문’(big questions)에 대해 답하고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호킹은 이 거대한 질문들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간결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중에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과학적 노력과 기술적 혁신으로 더 넓은 우주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1,000년 안에 핵이나 환경재난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필연적으로 지구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그전까지 독창적인 인간들이 등장해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방법을 발견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천재 물리학자의 미래에 대한 예견은 우울하다. 그런데도 호킹은 희망을 잃지 말라고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도록 노력하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미래를 만들어나가자.”

2019년 새해, 1월이 가기 전에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별에게 한 번쯤은 빌어보고 싶다. 거짓말을 좀 덜 하게 해주세요!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해주세요! 

 

김정규 서평위원/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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