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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올해의 사자성어로 본 무술년
2018 올해의 사자성어로 본 무술년
  • 이준한 인천대학교·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8.1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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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2018년

‘황금 개’의 해 무술년이 지나간다. 매년 이맘때면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되었다. 원래 논어의 태백편에 나오는 이 말은 책임은 막중하고 길은 멀다는 뜻이다. 임중도원의 올해 사자성어 선정은 무술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았는데 아직 헤쳐나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뒤부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향한 장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 땅을 밟았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활약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단일팀의 선전이 잇달았다. 4월 27일에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땅으로 내려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판문점의 경계석을 훌쩍 넘어섰다. 5월 26일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청신호를 켰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북미 관계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9월 19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높고 푸른 백두산의 가을 하늘만큼 남북관계에 희망을 부풀게 했지만, 지금은 언제 다시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가 열리기 전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나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의 완화를 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양측이 서로 서둘지 않겠다는 메시지만 주고받는 중이다. 올해 안으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도 이제는 미래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이 같은 현실은 주역에서 나오는 밀운불우(密雲不雨)와 사뭇 유사하다. 구름이 가득한데 비는 아직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위한 노력에 결실이 곧 맺힐 듯하면서도 또다시 기다리게 만드는, 마치 악보의 도돌이표와 같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름이 모여들면 비가 내리기 마련이고 구름과 안개가 걷히면 높고 파란 하늘이 다시 열린다. 운무청천(雲霧靑天)이기 때문이다. 비록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서 길이 안 보이더라도 이내 맑은 하늘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걷던 길을 계속 걷다 보면 목표를 달성한다는 말이다. 이는 순자에 나오는 공재불사(功在不舍)와도 일맥상통한다. 성공하려면 뜻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사자성어이다.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도 풀고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엄중한 시점에 놓여 있다. 그런데 기업은 생산성이 낮아서 걱정이고 국민은 경제난에 일자리가 부족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주 52시간 노동제와 최저임금 상승은 오히려 기업과 자영업의 부담을 키우고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크루그먼 교수가 5월 한국을 방문해 주 52시간 노동제라는 말에 많이 놀라며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주 40시간 이상 일을 시키냐고 할 정도라 노동시간의 단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올해 내내 소득주도성장에 부작용이 크고 적폐청산에 성과가 더디니 밀운불우요 운무청천을 논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 늦기 전에 기재부 장관과 청와대정책실장까지 교체했고 최저임금제의 속도를 줄이겠다고 했으니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주목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만들겠다고 했나? 임중도원에 놓인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 및 여당이 이 약속만 지킨다면 적폐청산을 하면서 자신의 적폐를 쌓는다는 비판 대신 공재불사라는 평을 받을 것이다. ‘황금 돼지’의 해 기해년이 밝아온다. 내년에는 대한민국의 운수대통과 대한국민의 행복충만을 기원해본다.   

 

이준한 인천대학교·정치외교학과
서울대에서 정치학 석사, 미시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헌과 동시선거』, 『개헌과 민주주의 : 한국적 정치제도의 비교 연구』 등이 있으며, 그 외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영역은 주로 선거, 정당, 의회, 정치제도, 민주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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