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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세상읽기] AI 중국
[인문학으로 세상읽기] AI 중국
  • 정세근 충북대·철학과
  • 승인 2018.12.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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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회로 중국을 다녀오면서 느낀 것인데,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워 이렇게 적는다.

중국이 AI(인공지능) 쪽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총력전일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AI로 도배하고 있는 중국을 소개한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핵심주력 산업을 가리킨다. 드론도 그렇고 5세대 이동통신도 그렇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AI로 보인다. 왜? 미국을 뛰어넘어 잡을 수 있는 분야가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현 상태로는 미국의 뒤만 졸졸 따라가게 되니, 첨단산업 가운데 미국을 넘어설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세계의 반도체를 절반가량 쓰면서도 소비의 열의 아홉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수입의 70%를 자급하고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의 핵심경쟁 품목이다 보니 이쪽으로는 많은 관심이 쏠려있고 이후 벌어질 문제도 나름 예상하지만, 좀 더 크게 AI 문제는 오히려 소홀한 것 같다. 상호 연관된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베이징 세관을 나서 공항건물에서 맨 처음 내 눈에 띈 것은 AI에 대한 희망찬 앞날을 그려놓은 걸개그림이었다. 출구 쪽에 걸어놓은 가장 큰 광고라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AI를 하나의 세계사적인 도전이고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응전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중국은 낙관일변도로 선전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신문에서도 AI의 낙관적 희망을 그리는 책을 30여 회에 걸쳐 발췌하여 연재하고 있었고, 기사 내용에서도 그것의 부정적인 면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AI는 우리의 여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그 여유는 인간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식이었다. 내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남녀끼리 데이트하기 좋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그것의 법적 지위(사고 났을 때 누가 책임지나?)나 대량해고(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1일에도 신화통신은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AI를 주제로 집체 학습을 갖고,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25명 정치국원이 AI의 발전 현황과 추세라는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말이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방향을 정해놓고 정치국원을 학습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거대한 데이터와 시장 잠재력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AI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경제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13억 인구와 정치적으로 중앙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이용해서 AI 강국이 되자는 것이다. 

밤중에 나가 베이징역 앞 큰 슈퍼마켓에서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봤다. 열 명 가운데 모바일로 결제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거리에서도, 배달음식도, 이제 중국은 모바일 천국이 되고 있었다. 최근 중국은 안면인식만으로 결재하는 AI 편의점도 시험운영 중이다. 

나는 총평으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카드를 쓰는데, 중국은 아예 한 단계 뛰어넘어 모바일로 가고 있다.” 또 “30년 전에는 인력이 적게 드는 신일본제강보다는 그럭저럭 필요한 포항제철을 모델로 삼겠다고 한 중국이었는데, 앞으로 AI의 세상이 다가오면 저 뒤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은 뭐 먹고 사냐?”고. 인구도 한둘이 아닌데. 

 

 

정세근 충북대·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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