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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학생요구 반영한 교수초빙
시대와 학생요구 반영한 교수초빙
  • 김성아: 동국대학교(경주) 수학교육과 교수
  • 승인 2018.12.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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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김성아: 동국대학교(경주) 수학교육과 교수

몇 해 전 정부출연 연구소에 파견 근무할 때 채용에 관여한 적이 있다. 매년 국정감사를 받는 정부기관이라 채용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차례 채용절차를 점검하고 심사위원 중 제척 대상을 제외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 경험을 했다. 또한 작년 국정감사에서 몇 기관이 채용비리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당하고 당장 시정요구를 받는 것을 봤고, 심지어 올해 초에는 채용비리와 관련된 여러 기관장이 해임되는 사태를 보면서, 대학의 교수채용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수채용 비리가 검찰의 손에 맡겨지기보다는 예방하는 체계를 갖추는 편이 낫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2000년도 초반에 국립대 발전계획추진실적 평가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대학의 교수채용 절차상 문제점을 주요이슈로 논의한 것을 기억한다. 올 한 해 동안도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채용비리의 심각성이 고발됐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집중됐다. 이 지면에서는 대학에서의 교수채용 비리로 인해 미래시대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넘겨지는 교육적 손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문턱에서 대학의 기본역량을 제고하는 이때, 10년 전에 관행적(?)으로 되풀이됐던 교수채용 절차상 위반 행위,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 몰아주기 등 몰지각한 행동들을 여전히 계속하는 것은 말 그대로 대학을 과거로 퇴행시키는 것이다. 전공 내 다양한 분야의 전공교수를 채용할 기회가 많은 대규모 학과와는 달리 교수 정원이 5~6명 내외인 학과에서는 교수충원의 기회를 얻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이런 교수직 하나를 학생들의 필요보다 한두 교수의 좁은 시야와 아집으로 초빙분야 결정에서 의견이 다른 교수를 따돌리고, 학과심사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 몰아주기(일종의 담합)로 보직교수와 합세하여 교수를 뽑는다면 이는 대학의 존립 근거인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요즘 많은 대학이 4차산업혁명 시대 정신에 맞게 전공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운영해 융합적 사고능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학생과 시대의 요구를 역행하고 한두 교수의 욕심을 채우는 교수채용을 진행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시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그러나, 채용비리 기사들을 보면, 채용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니 거침없이 보직교수들과 힘을 합해 권한을 오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채용을 막기 위하여, 채용과정이 적절히 학생, 학부모, 동문에게 공시돼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초빙분야 설정에 대한 종합적 설명과 지원자의 전공분야·업적을 먼저 공지하고, 최종 후보자 선정 과정과 근거를 대학 홈페이지에 공시하기를 제안한다. 학생들을 더이상 들러리로 세우지 말고 적극적 참여자로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용기 있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장을 대학은 마련해야 한다.

나는 언젠가 몇 학생들에게 우리 학과에 어떤 분야의 교수가 채용되기를 바라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하고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똑똑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등교원 수가 감축되고 있는 이때, 교원임용시험 응시 외에 시대에 맞는 다양한 전공강좌를 통해 다른 분야 진로에 대해서도 기초역량을 쌓기를 원했다. 예로 응용수학(산업수학, 금융수학, 데이터 과학 등)을 전공한 교수를 초빙해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공학적 도구 활용을 수반한 학습을 원했다. 사실 이것은 예비수학교사인 우리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기르는 데도 필요한 학습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 미래사회 대처능력으로 유연한 인지능력과 자율학습능력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대학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폭넓고 다양한 강좌들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시대에 적절한 다양한 시각을 키워주는 전공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퇴직교수 분야에 대한 단순 충원보다 시대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초빙분야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전문성을 갖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밟아 권력의 남용 없는 건전한 교수초빙을 이뤄 나가야 한다.
 

 

김성아  동국대학교(경주) 수학교육과 교수
2016년 9월부터 1년동안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연구본부장으로 파견근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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