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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치적 양극화의 상징
트럼프, 정치적 양극화의 상징
  •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8.11.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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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評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이 패배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경제 상황, 외교 상황, 각종 추문 외에 시간이 주는 영향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미 대통령 임기 초기에는 밀월기를 누리지만 임기 말에는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첫 번째 임기 중간선거에는 인기가 조금 떨어지다가 재선할 때 지지율이 더 낮아지다가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는 훨씬 더 떨어지곤 한다. 한국에서도 임기 동안 수시로 치르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통령이 그 뒤부터 남은 임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듯이 미국의 중간선거도 잔여임기 동안 대통령의 추진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선방했다.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4%였고 나머지 55%는 그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44%의 지지를 확보한 대통령치고는 이번 중간선거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득표율 차이가 1% 포인트 등 매우 근소할 경우 자동으로 재검표하는 주가 있고, 현재 부재자투표와 잠정투표의 개표 등이 완료되지 않은 주가 아직 있어 최종 집계는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 36개 주의 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 의석 435개 전부를 다투는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약 45석 정도를 더 확보했다. 그러나 100개 가운데 35개 지역구에서 경쟁했던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과거 51대 49로 앞섰던 상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1~2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투표율이 49%로 중간선거 역대 기록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기여했다는 추문에 더해 온두라스부터 시작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이민자 행렬이 중간선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오바마 케어 폐지를 또 다른 경제적 부담으로 여기는 중산층 등의 반발 섞인 관심까지 겹치면서 투표장이 전에 없이 붐볐다. 사전선거로만 3천3백만여 명이 투표했다니 4년 전 중간선거에서 2천1백만 명이 사전투표했던 것에 비해 엄청난 증가다.

사실 2년 전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선 10일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10일 남긴 시점에 당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힐러리 후보의 이메일 추문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바꼈고 결국,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의 당선이 기성정치에 대한 변화의 상징이고 새로운 문화의 도래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미국 정치는 증오, 차별, 반목, 독설로 가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 같은 극우의 강성이 집권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그 사이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확대돼 이보다도 양극화가 심했던 시절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렇게 극단적 양극화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44% 가운데 31%가 ‘정말 많이 지지한다’는 반면, 지지하지 않는 55% 가운데 47%가 ‘정말 많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출구조사 결과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적당히 지지하고 적당히 반대하는 중간층이 매우 적고 양극단에 미국인이 대단히 많이 몰려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거의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의회에서 한다.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하원에서 이뤄지는데, 하원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조건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수의 하원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대선에서 러시아 공작에 힘입어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의혹을 조사해 탄핵을 추진할 객관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상원에서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다. 현재 상원 과반수가 공화당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100표 가운데 60표를 확보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역풍을 고려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하원에서도 탄핵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커지는 중이다. 적어도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은 카터와 (아버지) 부시밖에 없다. 이번 중간선거를 거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부에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장악력을 획득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갈수록 나아지는 중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과 순발력 좋은 말재간을 당해낼 젊고 유능한 정치인도 없다. 남은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도 잘 이끌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유권자를 묶어내는 동시에 배타적 이민정책으로 백인 표를 확실하게 붙잡는다면 재선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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