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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물살 가르는 고혹한 물새
유유히 물살 가르는 고혹한 물새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11.2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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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11. 큰고니

겨울 철새 고니들이 벌써 강릉 경포와 창녕 우포늪에 도래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우리 사람보다 계절을 먼저 알아차리는 영매한 생물들이기에···.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 무리에는 큰고니·고니·혹고니 3종이 있는데 가장 마릿수가 많은 것은 큰고니이고, 소수인 고니와 혹고니는 큰고니 무리에 섞여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고니 하면 큰고니를 일컫고, 그 새가 다름 아닌 白鳥(swan)렷다!  

가느다랗고 기다란 목을 추켜세우고 유유히 푸른 물살을 가르는 순백의 백조는 언제 보아도 기품이 묻어나는 고혹한 물새다. 그렇다. 고니가 마냥 우아하고 고고하게 수면에 가만히 떠 있는 것 같아도 물밑 두 다리는 쉴 새 없이 발버둥이치고 있다지.    

고니는 기러기目 오리科의 海鳥로 몸집이 무척 크고, 유별나게 순백색 하며, 다리는 검고, 물속의 풀이나 수생곤충 따위를 먹으면서 떼 지어 살며, 모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다. 또 고니 등 물새들은 하나같이 발가락에 헤엄치는 물갈퀴(‘오리발’)를 갖는다.  

우리나라에 오는 고니는 모두 겨울 철새(winter visitor)로 동해안의 화진포에서 경포호에 이르는 여러 해변에 적은 무리가 날아와 겨울을 지내기에 고니를 강원도 강릉시를 상징하는 시조(市鳥)로 삼았다. 그리고 겨울 철새들은 하나같이 북에서 오는 물새들이고 여름 철새는 남에도 날아드는 산새들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큰고니.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큰고니.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큰고니(Cygnus cygnus)는 몸길이 152㎝, 몸무게 7~10kg 정도이고, 몸은 티 없이 해맑은 순백색이며, 콧구멍 앞까지 부리가 노랗다. 다리는 검은색 또는 짙은 회색으로 헤엄칠 때는 목을 곧추세운다. 호수와 늪·하천·해안 등에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고, 암수와 새끼들이 한 가족을 이루며, 어린 새는 검은빛을 띤 회색이지만 어른 새(成鳥)가 되면 새하얘진다. 잡식성으로 물에서 나는 수초줄기 뿌리와 육지 식물의 열매, 수서곤충들을 먹는다. 

그리고 등치가 10kg 안팎으로 하도 크고 무겁다 보니 하늘을 날아오르거나 물에 철버덩 내리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커다란 점보비행기처럼 날고(飛翔), 내림(着水)을 근근이 한다. 물론 비행기는 새들을 흉내 낸 것이지만 말이지.

큰고니(whooper swan)는 북유럽이나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한국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강원도 경포호와 경상남도 낙동강 하구 및 전라남도 진도, 해남 등지가 대표적인 월동지로 천연기념물 제201-2호 보호종이다. 그리고 큰고니와 고니는 매우 흡사하지만, 큰고니는 고니보다 몸집이 크고, 부리가 더 길며, 부리 끝이 구부러졌고, 부리의 노란 자리가 퍽 넓다. 

고니(Cygnus columbianus)는 海灣이나 저수지 등지에서 수초를 뜯고, 조개나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 고니는 몸길이 120㎝ 남짓이고, 큰고니보다 몸집이 작아서 암컷 평균 체중이 6.4kg, 수컷은 7.3kg이며, 수명은 10년 남짓이다. 암수 모두 몸은 순백색이고, 부리가 납작하며,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고, 부리의 위는 노란색이다. 목이 길고, 날개 끝이 뾰족하며, 꼬리와 다리는 짧다. 

고니(tundra swan)는 북극권과 인접한 툰드라지대를 중심으로 살면서 유라시아 북부,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등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하고 유럽 서부·아시아 중동부에서 겨울을 난다. 2~3살이 되면 수컷과 암컷이 서로 마주 보고 날개를 들어 올려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면서 구애 행동을 한다. 짝을 맺은 고니는, 오릿과의 새들이 다 그렇듯이, 평생 끈끈한 부부관계를 맺고, 가족 간에도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새끼는 짝을 찾을 때까지 부모와 함께 지낸다. 천연기념물 제201-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혹고니(Cygnus olor)는 몸길이 약 150cm로 체중은 8~13kg 정도이고, 몸 빛깔은 암수 모두 순백색이고, 윗부리는 주홍색이며, 거기에 검은색 혹이 있어 혹고니라 부른다. 또 눈앞·부리기부·콧구멍 주변·윗부리 테두리·아래 부리도 검고, 다리는 회색, 발은 검은색, 발톱은 갈색이다. 혹고니(mute swan)는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우수리 등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북아프리카·서남아시아·인도·한국에서 월동한다.

그런데 겨울 물새의 다리는 특별한 ‘역류 열교환(逆流 熱交換, countercurrent heat exchange)’ 방식으로 혈액순환을 한다. 보통은 심장에서 나온 더운 동맥피가 온몸으로 전해진 뒤에 열을 깡그리 잃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겨울 철새들은 다리 동맥과 정맥이 서로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서 차가운 정맥혈이 근처 동맥의 따스한 혈액으로 데워진(교환된) 후 심장으로 보내지기에 심장이 어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발바닥에는 많은 소동정맥이 그물 덩어리를 지운 ‘괴망(怪網, rete mirabile)’이라는 것이 있어서 소동맥과 소정맥 사이에서 열이 교환(전환)된다. 따라서 이 괴망이 있는 새들이 얼음 위에 밤새 오래 서 있어도 도통 물갈퀴가 있는 발이 얼지 않다.

그리고 고니 따위의 겨울 물새 무리는 빽빽한 깃털과 솜털(down feather) 사이에 절연체(insulator) 역할을 하는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하고, 또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옆옆이 가까이 붙어있어 차가운 바람을 막아 체온손실을 줄인다. 또한 꼬리에 있는 기름샘(尾腺/脂腺)의 기름을 수시로 깃털에 바르고, 기름 묻은 깃털은 잘 젖지 않는 탓에 찬물에 열을 덜 빼앗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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