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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운동과 화학반응, 그 역동의 세계’
‘분자운동과 화학반응, 그 역동의 세계’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11.1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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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강연_ 카오스재단, 2018년 가을 정기 강연_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화학은 변화를 다루는 학문"

화학의 미스터리를 밝혀라! 과학 대중화를 위해 나서고 있는 카오스재단이 2018년 가을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근 교수(서울대 화학부)의 ‘에너지와 엔트로피: 세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를 필두로 박태현 교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화학적 감각: 냄새, 맛의 정체는 무엇인가?’까지 다양한 화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14일, 윤완수 교수(성균관대 화학과)는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화학반응과 분자운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윤 교수는 “화학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라면서 “반응은 분자들의 운동과 충돌인 만남에 대한 대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화학반응은 원자의 재배열이다. 가장 간단한 예로 물을 생각해보자. 물은 H2O이다. 이 물 분자가 형성되기 위해선 위치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치 탁자 위의 물체가 더 많은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다가 떨어지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수소, 산소 등이 물 분자로 결합하면서 에너지가 낮아지는 셈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물 분자를 각 원자들로 분리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를 도끼가 그루터기에 박혀 있는 사진으로 쉽게 설명했다. ‘나무토막 도끼’ 분자라고 지칭하면 나무토막과 도끼의 결합을 끊기 위해, 즉 도끼를 뽑아내기 위해 에너지가 드는 셈이다. 

반응물과 생성물에서 중간 과정(길)이 중요하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성물을 위해 에너지를 덜 소진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화학반응의 묘미는 과정에 있다. 화학반응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에너지 문턱은 활성화 에너지라고 한다. 수소와 산소가 스파크를 통해 물이 되려면, 최소한의 수소와 산소의 결합에너지만큼은 요구된다. 

지난 14일 카오스재단 윤완수 교수의 화학 강연 모습. 사진 = 네이버TV 동영상 캡처.

화학반응의 묘미는 그 과정에 있다

반응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분자가 이미 지니고 있는 운동에너지나 외부에서 줄 수 있는 빛이 있다. 20도의 일상 속 산소 분자 운동의 평균 속도는 제트기 속도보다 빠르다. 같은 온도에서 수소(500m/s)는 산소(2,000m/s)보다 4배나 빠르다. 윤 교수는 총알의 속도가 산소와 수소 속도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단, 산소와 수소는 원자 수준만큼이나 작기 때문에 주변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편, 결합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충당된다. 

아보가드로 수로 표현되는 분자의 수는 인간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분자의 다양한 형태에는 각각 적당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에너지에 양만 있는 게 아니라 질도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에너지인 빛은 파장(진동 수)과 진폭(광자의 개수)으로 표현된다. 레이저는 엄청나게 강한 빛이고 거의 한 가지 색만 지닌다. 레이저는 매우 짧은 펄스가 된다. 윤 교수는 스타워즈에서 쏘는 광선총을 주인공이 과연 피할 수 있는지 반문했다. 광선총을 보는 순간 그 광선이 눈에 들어온 것인데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다음으로 윤 교수는 “원자 폭탄과 원자력 발전소의 차이는 반응 속도의 차이”라며 화학반응의 속도를 설명했다. 원자 폭탄은 화학의 빠른 반응으로 위험하다. 빠른 반응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바로 자동차의 에어백이다. 그런데 에어백 안에는 압축공기가 있지 않다. 그 안에 질소가 들어 있어서 충돌시 0.05초만에 반응한다. 그렇다면 화학반응 속도의 결정 요인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어떤 메커니즘의 반응인가 △온도 △농도 △촉매 △빛의 존재 △용매의 존재 등이다. 

우리의 눈은 1초에 20프레임을 연속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귀는 20Hz를 소리로 알아듣는다. 그렇다면 화학반응을 보는 눈은 어떨까?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빠르면 어떻게 될까? 이전에 빨리 달리는 말의 네 다리는 공중에 떠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즉, 모든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있는가? 이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연속 사진으로 증명했다. 말은 네 다리를 오므린 채로 공중에 떠있는 게 확인됐다. 초고속 카메라는 0.001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이다. 분자의 움직임을 잡으려면, 1조분의 1초 이하의 시간 안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암흑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면, 굉장히 짧은 순간에 사진을 기록할 수 있다. 그 플래시가 바로 레이저이다. ‘분자 사진’은 짧은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해서 얻을 수 있다. 

분자를 보는 건 아주 찰나의 순간

결론적으로, 윤 교수는 화학반응을 어떻게 제어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는 화학반응의 과정에 대한 고찰과 이해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공부나 사랑, 삶도 모두 그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패널토의에선 ‘분자 영화’를 보는 게 화학자들의 꿈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분자를 과연 영화처럼 촬영하는 게 가능할까? 간단한 화학반응이라면 제한된 수준에서 분자 운동의 정보, 이야기 등을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분자 영화보다 분자 동영상이라는 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찰나의 순간(빅뱅)에 원자가 탄생하고, 분자를 낳았다. 원래의 특징이 아닌 새로운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118개의 원자에서 1억 종이 넘는 분자가 만들어진다. 마치 자판기로 여러 콘텐츠들이 인터넷에서 탄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주를 라면냄비라고 하면, 조물주는 에너지라는 재료만으로 최초 조리 온도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점차 온도를 낮춰갔다. 온도가 낮아짐으로써 에너지가 있던 곳에서 소립자와 양성자, 중성자가 만들어졌다. 또한 최초의 원자가 만들어지고 분자도 만들어졌다. 그래서 분자운동과 화학반응을 알아가는 건 이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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