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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역기로 영어공부 필요 없다?
AI 번역기로 영어공부 필요 없다?
  • 문귀선 한성대·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 승인 2018.11.12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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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의 제목을 구글 번역기에서는 ‘No need to study English with the emergence of AI Translator?’로, 네이버 파파고에서는 ‘Do you need not study English anymore with the advent of AI translator?’로 둘 다 매우 완벽에 가까운 번역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약간의 손질을 가해서 ‘No more need to study English with the advent of AI translator?’를 최종 번역으로 필자는 채택할 것이다. 이와 같이 신경망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이 기계번역 분야에 적용되면서 번역의 품질과 완성도가 확연히 개선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AI 번역기가 점점 더 완성도 높은 번역을 해주는 시대에 살면서 학부모들은 초중고를 다니는 자녀들에게 여전히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라고 조언하며 돈을 써야 할지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다. 영어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학교 성적이나 입시의 목적이 아닌 어떤 다른 학습 동기를 부여하며 영어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 또한 이러한 고민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AI 번역기의 도래로 과연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 영어에 대한 비중을 약화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인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이 선도하는 AI 기술을 학교 영어교육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접목해 획기적인 영어교육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며 대책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을 헤아려야 할 시점이다. 

AI 번역기술의 발달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더라도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해외 출장이나 여행은 물론이고 심지어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도 문제없다고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반면에 한쪽에서는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어학습이 가져다주는 중요한 측면을 AI 번역기가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 또한 많다. 영어학습을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의 목표뿐 아니라 직접 영어책을 읽음으로써 타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다른 학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균형 잡힌 종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는, 보다 더 본질적인 장점들을 제시한다. 따라서 성능 좋은 AI 번역기가 출현했다고 하더라도 영어 배우기를 소홀히 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 격차’는 사회 양극화를 일으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AI 번역기의 출현으로 영어를 포기하거나 영어공부를 게을리하게 되면 새로운 영어 격차 현상이 발생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통계를 보면, 인터넷 콘텐츠의 50%는 영어로 돼 있고 세계 인터넷 사용 언어 순위 1위도 영어이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에서 영어를 사용해서 AI에 입력하고, 반면 한국어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의 비율은 0.78%에 불과하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 개발에서 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AI가 인간과 소통하는 언어로 당연히 영어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자연 언어처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일차 언어로 영어를 인식하는 AI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AI는 당연히 AI 번역기를 탑재해 사용자가 영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사용에 큰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줄 하는 인재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성능 좋은 AI 번역기의 발달은 다양한 AI 기술 관련 일자리에서 영어 능통자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로서는 AI 번역기 덕분에 영어를 못하더라도 AI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정보를 이용하는 데 별다른 불편함이 없지만, 기술개발자인 기업으로서는 일차적으로 영어를 인식하는 AI에 AI 번역기를 탑재해 다양한 언어 사용자에게 서비스나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산업 현장에서는 영어에 능통한 자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할 것이므로 양질의 일자리는 영어 능통자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사회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돼 갈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AI 번역기 출현으로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게 되면 앞으로 더 심각한, 새로운 국면의 영어 격차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어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우리는 학교 영어교육의 내실화를 더욱더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영어교육은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서만 강조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AI와의 협력으로 영어교육을 공급자인 교수자의 측면에서 두 가지 자원 즉 인간 교수자와 AI 교수자의 협력에 의한 학교 영어교육의 내실화를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AI 교수자는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컴퓨터 기반 교수자로서 개인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영어 격차 해소를 가능케 할 것이다. 반면에 인간 교수자는 교실 현장의 다양한 학습활동 위주의 수업 설계를 통해 창의성을 계발하고, 토론식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는 영어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형 창의인재육성이라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학교 영어교육의 내실화’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문귀선 한성대·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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