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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젊은 미술가에 대한 창작지원 필요성
[문화비평] 젊은 미술가에 대한 창작지원 필요성
  • 심상용 동덕여대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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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15:58:12

심상용 / 동덕여대·미술사학

후원기금조성은 문화예술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그리고 유능한 미술관장이나 전시기획자가 되려하더라도, 우선 기금조성 능력부터 갖춰야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보자면, 후원(지원)기금은 가난한 예술가들을 돕겠다는, 기업들-혹은 기업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같은 윤리적 태도와 (언제나)열악한 창작조건을 두 축으로 진행되는 낭만주의적이고 도덕극 같기도 한 게임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난한 창작자들은 손바닥 벌리기에 여념이 없고, 주도권은 언제나 돈 가진 쪽에 있다. 예술가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조차 없는 것들을 생산해낸다는 점만 제외하면, 제 몸 하나 돌볼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들이거나 게으른 식충이들이다.

그런데 그나마 이 ‘선의’에 기초한 후원문화도 이젠 혐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문화후원의 개념도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데, 즉 ‘선의로 무장한 부의 사회환원’따위의 ‘편협한’ 시각 대신, 이젠 기업의 주요한 마케팅 수단 같은 호혜적 파트너 관계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맥에서 기 소르망 같은 사람은 문화의 부가가치와 기업의 문화적 가치의 접점에 관해 역설한다. 그를 따르자면, 탁월한 기업가와 뛰어난 예술가는 서로 닮아있어, 기업가의 기발한 착상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보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문화적 이해가 없는 기업이 장래가 없는 것처럼, 문화적 부가가치에 활용될 수 없는 예술적 활력은 무의미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부가가치와 관련된 창조만이 지원받을 의미가 있다는 오해! 물론 그것은 오해가 아니라고,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배운 사람들은 단언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예언가들은 문화의 분야에서도 그 밖의 다른 분야에서처럼 시장논리가 혜택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역설하며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그러나 그것은 이윤추구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미학적 선택만이 선별적으로 보호받는 상황을 은폐하려는 거짓 논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논리는 모든 생산은 차별없이 ‘돈버는 일’에 가담해야만 하리라는 ‘생산의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다. 또 이 같은 논리들은 시장경체 체제가 이제까지 지속해 온 일, 경제적 당위성과 상업논리가 예술생산과 유통에서의 자치성을 그 원칙부터 교란하는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매년 대학을 졸업하는 일만 수천의 예비미술가들이 있다. 분위기로만 보자면, 사회는 거의 이들의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 공급은 부조리하게 팽창해있다. 이 부조리의 우선적인 책임자일 정부는 그러나, ‘문화산업’이란 신자유주의적이고 세련된 강령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영화나 영상애니메이션처럼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만 해보라고 강변한다. 이 예견된 실업자들로 인해 드물게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학들은 이들과 사회의 매개점을 성숙시킬 수 있는 논의의 장조차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이 미래의 미술가들이 몸담게 될 그 ‘성스러운’ 시장은 애초에 야만적이기도 했거니와 IMF이후엔 그 존폐를 되물어야 할 지경에 처해있다. 결국 이 예비작가들 대다수는 그럴듯한 작업실 한번 마련해보지 못한 채 그들의 소망을 접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래의 재능들이 모두 이윤창출에 동원되는 사회, 그리고 기업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그런 문화만 남은 사회를 우리의 것으로 하지 않으려면, 당분간 우리는 다시 후원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우선 이들로 창작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노동이 이미지의 생산에 지속적으로 투여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럴 공간과 기회와 최소한의 비용이 지원돼야 한다. 그리고 나서, 조금 덜 가난하게 그림을 그리고 돌을 깎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정말로 우리의 미술과 문화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sysim@dong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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