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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마라토너 안영수 연세대 교수(의학과)
[호모루덴스] 마라토너 안영수 연세대 교수(의학과)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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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15:55:42

마라톤은 아테네의 한 병사가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렸던 데서 비롯되었다. 승전보를 전한 그 병사는 지쳐 이내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처럼, 애초에 마라톤은 죽음을 무릅쓰는 기이한 경기이다. 스포츠에 전쟁의 메타포가 종종 쓰이는 그 적실한 종목이 다름 아닌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그야말로 전투이다. 자기와의 ‘싸움’이다.

지난 98년 마라톤을 시작한 안영수 연세대 교수(의학과)는, 지금까지 8회 이상 풀코스를 완주했지만 매번 한계에 맞닥뜨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마의 35km, “걷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을 수도 없는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그 지점을 통과할 때는 회의마저 든다는 것이다. “이 힘든걸 꼭 해야하나?”

막상 완주를 하고 나면 표현하기 어려운 성취감을 느낀단다. 그 맛에 다시 스스로에게 마라톤완주라는 싸움을 걸게되는 안 교수는 마라톤이 공부와 닮았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42.195km를 달려야만 합니다. 35km 쯤에서 포기하고 싶다는 굴뚝같아도 그 때 중단하면 끝입니다. 연구 역시 중도포기하면 어떤 소득도 얻을 수 없지요.”

만능스포츠맨인 안 교수는 마라톤을 알기 전에는 산행과 산악마라톤을 즐겼다고 한다. 124군부대라는 별칭을 가진 안교수의 산행멤버들은 속보 산행을 즐겨, 지리산을 12시간 30분에 완주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무릎관절에 무리가 있는 산악마라톤 대신 평지마라톤으로 관심을 돌렸고, 산행으로 닦은 체력이 있었기에 몇 달 후에는 마라톤 완주에 도전할 수 있었다. 99년 3월 동아마라톤 대회가 안 교수의 완주 데뷔 대회였다. 4시간 40분이 그 첫기록이다. 이후 안 교수는 기록을 단축해나갔고, 마침내 지난해 3월 서울마라톤대회에서는 3시간 25분대를 주파해냈다.

안 교수는 이제 5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는 완주시간을 단축하기보다는 마라톤 자체를 즐길 것이라 한다. 주위에 마라톤을 ‘전도’하는 데 열심인 그는 지난 12월 혹한기 마라톤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입문한 후배교수의 ‘페이스메이커’로 달리기도 했다. 옆사람과 얘기도 나누며 달리기를 즐기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집에서 학교까지 13km남짓 되는 거리를 뛰어서 출퇴근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남짓이니 소요되는 시간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상상을 한껏 펴본다. 물론 도로의 그 끔찍한 매연을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무엇보다 마라톤, 아니 달리기의 예찬자인 안 교수가 강조하는 점은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는 것. 안 교수는 해외학술대회 참가차 비행기를 탈 때 무엇보다 달릴 마음의 준비부터 챙긴다. 지금도 10km씩 매주 3회 이상 달리기 연습을 하는 안 교수는, 정신노동으로 신체까지 피폐해지기 쉬운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마라톤으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려야 한다며 3월에 있을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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