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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호 새로나온 책
제93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10.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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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 무너지는 민주주의

파시즘과 공산주의, 혹은 군부 통치와 같은 노골적인 형태의 독재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종적을 감추고 있다. 최근에는 군사 쿠데타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폭력적인 권력 장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국가가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다른 형태로 죽어간다.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은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거로 시작된 민주주의 붕괴는 위험하면서도 미묘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헌법을 비롯한 형식적인 민주주의 제도는 온전히 남아 있다. 시민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표를 한다.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 틀은 그대로 보존하지만, 그 내용물은 완전히 갉아먹는다.
많은 독재 정권의 민주주의 전복 시도는 의회나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합법적’이다. 심지어 사법부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부패를 척결하고, 혹은 선거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개선’하려고까지 한다. 신문은 똑같이 발행되지만, 정권의 회유나 협박은 자체 검열을 강요한다. 시민들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세무조사를 받거나 소송 당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 혼란을 불러온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경우 쿠데타나 계엄령 선포, 혹은 헌정 질서의 중단처럼 독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명백한 순간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비상벨은 울리지 않는다. 독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장이나 거짓말을 한다고 오해를 받는다. 사람들 대부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정치학),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2018.10) 중에서

새로 나온 책

■ 고려·사회·사람들 | 김용선 지음 | 일조각 | 472쪽

자료의 철저한 검증과 비판이라는 실증의 토대 위에서 고려라는 국가와 사회의 기본 성격과 특징, 그 사회 속 사람들의 삶의 변화, 그리고 그들이 남긴 기록물을 살펴본 책이다. 고려는 기본적으로 귀족사회였지만 사회의 전 계층을 포섭하는 평화적이고도 개방적인 ‘통합정책’으로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었다. 저자는 특히 과거제와 음서제의 상호보완적인 운영에서 보듯 조화와 균형, 타협 속에서 개방적인 고려 귀족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되어 나갔음을 강조한다.
 

 

■ 고조선문명과 신시문화 | 임재해 지음 | 지식산업사 | 800쪽

탈근대 사학의 흐름에서 고대사의 통설을 전복시키고 생태사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고조선의 사상을 조명한 문제작이다. 저자는 생활사료 개척으로 실증사학계의 틀을 타파하고, 통시대적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함으로써 단군신화를 오늘의 서사로 환원시킨다. 이는 저자가 제시하는 ‘본풀이사관’으로 역사학을 ‘상상력의 과학’으로 표방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경향과 맞닿아 있으며, 문화의 결정요소로서 생태 환경을 중시하는 생태사학의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 관서악부: 평안감사가 보낸 평양에서의 1년 | 신광수 지음 | 이은주 역해 | 아카넷 | 356쪽

‘관서’는 평안도 지역을 뜻하며 ‘악부’는 한문학의 한 갈래이다. 조선후기 석북 신광수(石北 申光洙, 1712~1775)가 1774년에 쓴 작품으로 절친한 친구 채제공이 평양감사로 부임하게 되자 7언 4구 형식의 108수를 지어 전별로 준 연작시다. 평양의 지방색을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관서악부」의 기본 골격은 실제 존재하는 평양이라는 도시를 평안감사가 ‘가상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역해자는 여기에 구현된 사실과 상상의 영역을 구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 극장의 역사: 건축과 연극의 사회문화사 | 임석재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592쪽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쳐 18세기 산업혁명이 대두하기 직전까지, 극장 건축 및 연극 예술의 주요 주제들을 융합하여 사회문화사적 시각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유럽 극장 이야기이다. 주로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을 대상으로 당대 유럽의 예술 사조와 문화 흐름, 극장의 건축 양식과 구성, 공연되던 연극의 장르와 주요 작가 및 배우, 극장 무대 디자인의 양식, 그리고 극단의 경영과 관련 정책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과 공황론 | 김성구 지음 | 나름북스 | 434쪽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두고 주요한 이론가들 사이에 벌어진 『자본』의 성립사에 관한 논쟁, 즉 ‘플랜 논쟁’과 공황론 논쟁의 성과를 종합하고,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법론에 입각해 투간-바라노프스키, 로자 룩셈부르크, 바우어, 그로스만 등의 재생산표식론, 이윤율 저하설, 공황론의 오류와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논증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현실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산업 순환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공황 분석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4 | 박상휘 지음 | 창비 | 444쪽

이 책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부터 1764년까지 170여 년간 조선 문인들의 에도시대 일본 견문기 35종을 바탕으로 조선의 일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적한다. 조선 사절들은 일본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 않았다. 위화감과 반감의 한편에서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싹튼 정서적 공감은 일본사회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바탕이 되었다. 저자는 호감과 반감, 동질성과 이질성이 교차하는 선비들의 일본 견문기를 통해 평화적 공존의 역사적 기원을 찾는다.
 

 

■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개정판) | 리처드 도킨스 지음 |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632쪽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의 40주년 기념판이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연장한 개념인 ‘밈’(문화유전) 이론과 『확장된 표현형』의 선구적인 개념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인공지능과 새로운 규범: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사회의 규범 2 | 한국포스트휴먼연구소·한국포스트휴먼학회 엮음 | 아카넷 | 332쪽

인공지능 시대에 제기되는 새로운 인간의 의미와 사회 윤리를 인문학, 과학기술학, 공학의 여러 분야 학자들이 모색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술이나 프로그램 혹은 소프트웨어일 뿐이라는 주장부터 하나의 주체(electronic person)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포스트휴먼 사회에 대비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이러한 성격 규정으로부터 그로 인한 사회 변동의 실제, 그 가운데서 제기되는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물음을 성찰한다.

 

■ 차별의 언어 |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 | 240쪽

저자는 언어가 한 개인의 사고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살펴봄으로써 구분과 배제와 차별의 우리에 갇힌, 다문화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인의 언어풍경을 다룬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 언어 속에는 단일민족의 허상과 그에 따른 우리 사회의 차별 의식이 담겨 있다며 언어의 오용을 경고한다.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과 더불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가 녹아 있다.
 

 

■ 한국 교육의 현실과 전망: 세계교육의 담론과 운동 그리고 민주시민교육 | 심성보 지음 | 살림터 | 724쪽

촛불시민혁명 이후 민주시민교육이 갈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교육은 갈등하는 가치의 경합이 이루어지는 장이기에 개인의 잠재력 구현, 고용을 위한 일자리 준비, 그리고 사회의 발전과 진보라는 경합된 교육 목적을 잘 조합하여 국가교육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적인 민주적 교육체제의 수립과 함께 미시적 차원의 민주시민교육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하며, 민주적 교육체제를 지켜내는 주체적이고 자율적 정신과 문화를 갖출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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