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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안내하는 철학의 길
움베르토 에코가 안내하는 철학의 길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8.2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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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철학’이라는 학문이 더욱 사람들에게 친근해지기를 꿈꿨던 학자 움베르토 에코와 리카르도 페드리가 볼로냐대 교수(철학과)가 기획한 철학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결과물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움베르토 에코, 리카르도 페드리가 편저, 윤병언 옮김, arte, 2018.8)가 베일을 벗었다. 두 학자는 사상과 그 사상의 문화적인 환경을 연결하는 철학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의 역사를 한데 모으고, 철학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학자와 전문가 83명을 참여시켰다.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철학자들로부터 출발해 그리스와 라틴 철학, 그리스도교 철학과 중세 철학을 거쳐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14세기 초반을 여러 질문을 갖고 여행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지혜에 대한 사랑인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세상에 정의는 존재하는가? 사람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내가 받은 고통을 보상해 줄 사후의 삶은 존재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물질문명의 관점에서 사유의 역사를, 사회와 삶의 양식이라는 차원에서 사고방식의 변화를, 역사와 예술과 과학의 차원에서 철학을 바라보는 이례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철학은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던 에코는 과학에 비해 철학이 비실용적인 관념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역사가 흐르는 동안 철학적 질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쳐 왔고, ‘옳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며 철학의 쓸모를 역설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서양철학과는 또 다른 형태의 앎이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서양철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서구 세계가 사고하는 방식을 구축한 것이 그리스 사상이어쏙, 우리가 그리스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해야만 대략 3천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무슨 새앆을 해 왔는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 개념이 어떻게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태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현대 물리학이 이를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서양철학사상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해도 이를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

이 책과 무관해 보이는 예술, 과학, 관념들을 충분히 살펴보면서 그 시대에 왜 이런 철학이 나올 수 있었는지, 혹은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더욱 폭넓은 관점에서 상상하고 사고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서양에서 비롯된 인문학의 지형을 그리는데 있어 그 정점에 놓인 기획이라 할 만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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