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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8.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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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조직의 발전과 구성원의 안녕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진 사람치고 조직이 실패하거나 구성원이 불행하기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이라든가 정책 집행 결과가 애초 의도한 바와 달리 잘못되더라도 제대로 된 조직에서라면 중요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선의를 가지고 일을 추진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모름지기 나쁜 의도로 시작한 정책은 없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 일이라도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평가가 좋을 수 없다. 일을 시작한 사람의 좋은 의도는 어느새 잊히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나쁜 평가가 횡행하게 된다. 어렵사리 정책을 추진해온 쪽에서는 속상하고 섭섭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편에 서 있던 사람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이 되면 세상인심 야박하단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든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모름지기 좋은 의도로 시작해도 일은 언제든지 잘못될 수 있다.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의 추진에 필요한 인적 자원과 물적 조건이 미비할 수도 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다반사로 생기곤 한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요구되는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할 수도 있다. 무능한 사람은 정보가 많아도 반드시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유능한 인재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대학입시 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정책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입안하고 시행하고자 한 것은 종래의 정책 결정 방식에 비해 한 단계 진전된 방식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숙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일은 분명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리라. 하지만 공론을 거쳐 대학입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다양한 목소리를 확인하였음에도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대학입시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행위 주체들이 존재한다. 국민이 참여한 정책 숙려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여러 행위 주체들은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여러 주체를 설득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간에는 심지어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전 국민이 전문가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물론이고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심정은 말할 나위 없이 절박하다. 교육에 대한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모두 만족시킬 신묘한 정책을 찾는 일이 어찌 쉬울 것인가? 장기 전망에 근거하여 관련 이슈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일을 맡은 관료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 일을 시작한 정권 초기에는 미숙해도 이해해줄 만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가 거듭되고 시간이 흘러도 미숙한 일처리가 개선되지 않으니 세간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정책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최종적인 책임 역시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비롯해 현안으로 대두한 여러 난제를 두고 긴 안목으로 합리적으로 일처리 할 정책 결정자와 유능한 인재를 우리 국민들이 간절하게 호명하고 있다. 폭넓은 관심의 대상이면서 영향력이 큰 정책일수록 시행착오에 따른 대가가 크다. 대학입시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는 준비된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최근의 논란을 보면서 유능한 인재의 손을 통해 좋은 의도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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