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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기댄 대입제도개편안의 현주소
여론에 기댄 대입제도개편안의 현주소
  • 남송우 논설위원
  • 승인 2018.08.1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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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그동안 논의돼오던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최종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합숙과 토론을 통해 설문 조사로 나타난 결과는 다음 의사결정 단계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핵심은 현행대학 입시제도에서 얼마나 개선되고 나아졌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론화 위원회가 4개의 시나리오를 두고, 논의한 결과는 제1안과 2안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정리돼 있다. 즉 제1안인 수시, 정시 균형유지를 위해 정시에 45% 이상 선발하고, 수능시험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안이 지지율 52.5%, 제2안인 학생부 위주전형과 수능위주 전형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 평가는 전과목 절대평가를 한다는 안이 지지율 48.1%로 나타났다.

그리고 3안인 학생부위주 전형과 수능위주 전형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수능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것에 대해 37,1%로, 4안인 학생부 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에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지지율도 44,4%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의 안을 따르기가 힘들도록 돼 있다.

그러면 왜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여론에 기대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교육이 모든 시민들의 현안이기에 시민들의 여론을 들어보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교육의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시민들의 여론에 기대어서 결정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여론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있고, 그 분야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하는 사안이 있기 마련이다. 대학입시제도의 결정이 시민들의 일방적인 여론으로 결정될 사안인가?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위에 위임하기 전에, 이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했다.

해방 이후 한국 대학입시제도는 대학별 단독시험으로 시작했다. 이후 공정성의 문제 때문에 국가고시라는 국가가 개입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대학 본고사가 부활했으나, 다시 국가가 개입하는 상황이 연속되다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활용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 대학, 고등학교의 역할이 조금씩 바뀌어온 것밖에 없다. 

이제는 대학입시제도를 땜질식으로 손댈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한 세기를 바라보며 근본을 바꿈으로써 허물어진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미래세대의 인재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뼈아픈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 교육제도와 대학입시제도가 지닌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접근은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개혁안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해 주체가 돼야 할 대학들이 적극적인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대학입시제도는 각 대학이 지향하는 인재상을 따라 스스로 결정해서 시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왜 대학에 모든 입시제도를 맡기는 제도가 지속돼 오지 못했는지를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에는 정부의 개입도 작용했지만, 공정성의 확보와 대학 스스로 입시에 따른 힘든 업무들을 스스로 포기한 안이함이 함께 작동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자신들의 대학입시제도를 시민들의 여론에 맡겨두거나 국가의 결정에 따르는 비자율적이고 의존적인 타성을 벗어나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회복은 대학입시제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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