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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고 당연했던 ‘마약’은 어쩌다 불법이 됐을까
흔하고 당연했던 ‘마약’은 어쩌다 불법이 됐을까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08.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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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_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오후, 동아시아, 2018.07)

우리는 마약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흔히들 힘든 이들이 마약을 하고, 마약 때문에 더욱 힘들어 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가는 마약을 금지하려고 한다. 허나, 오히려 끔찍한 현실이 마약쟁이들을 길러내고 있는 건 아닌가. 최근 출간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의 작가 ‘오후’는 인류가 정말 오랫동안 활용해온 있는 마약의 역사, 과학, 사회, 종교적 의미를 다뤘다. 지난 8일 작가인 ‘오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6세기 초 스페인은 잉카제국을 정복하고 원주민들을 부려먹을 때 밥 대신 코카 잎을 주며 피로와 허기를 달래게 했다. 작가 ‘오후’는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병사들의 안정과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아편을 사용했다”면서 “고대 바이킹족은 환각과 각성 효과가 있는 ‘광대버섯’을 전투 전후로 복용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19세기 전쟁에서 모르핀 사용이 특별히 문제가 된 건 천연 마약이 아니라 정제된 형태의 마약이었기 때문이다”면서 “이렇게 되면 중독성이 훨씬 강해지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메스암페타민이, 베트남전에서는 헤로인이, 이라크 전에는 신경 안정제가 지급되어 논란이 되었다”고 적었다. 현대 전쟁에서도 마약이 공공연히 쓰여 왔음을 설명했다. 

마약의 ‘痲’는 저릴 마로 마비하다는 뜻을 지닌다. 중국 『삼국지연의』에는 관우가 마약식물로 만든 마비산을 팔에 바르고서 맨 정신에 독화살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성관계 후 마리화나를 한 대씩 피웠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 쥘 베른, 에드거 앨런 포, 새뮤얼 콜리지, 알렉상드로 뒤마 등 유명인들도 마약에 빠진 적이 있다. 

이집트에서 여성들이 마약 성분이 포함된 남수련(Blue Lotus)을 흡입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19쪽에서.
이집트에서 여성들이 마약 성분이 포함된 남수련(Blue Lotus)을 흡입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19쪽에서.

인류가 마약에 빠지는 이유

예수의 탄생 시 동방박사가 선물했던 것들 중 하나는 ‘몰약(myrrh)’이었다. 저자인 작가 오후는 ‘myrrh’가 여러 해석이 있지만, 아편이었을 확률이 높다고 적었다. 그만큼 마약은 정말 긴 역사성을 띠고 있다. 

UN 마약범죄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년에 1회 이상 마약을 복용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대략 2억 5,5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마약중독이라 할 만한 이들은 대략 3,000만 명 정도다. UN은 아편, 엑스터시, 헤로인, 대마초, 히로뽕, 코카인 등을 마약으로 지정했으며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은 마약에서 제외시켰다. 

지난 2009년 <BBC> 한 직원의 놀라운 폭로가 있었다. 직원들의 독창성을 높이기 위해 코카인 사용 권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기 「텔레토비」가 만들어졌고 일각에서는 약 빨고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과학자 칼 세이건의 한 친구는 피그미족과 한동안 생활하면서 그 부족이 대마를 기르는 모습을 보았다. 대마는 피그미족이 유일하게 길러 수확을 하던 작물이었고, 이로 인해 초기 인류가 식량보다 마약을 먼저 재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마약은 인간의 도파민을 증가시켜 황홀감을 준다. 환각 작용이 뛰어난(?) 마약은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다. 이 마약은 네모난 작은 종이에 액체 상태의 LSD가 뿌려진 후 말린 환각제다. 종이를 혀 위에 올리면 흡입이 된다. 그런데 다른 마약과 달리 LSD는 복용 시 인간 체내로 세로토닌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양극단의 감정을 지니게 한다.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을 줄 알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눈이 실명될 때까지 햇빛을 쳐다보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마약에 대한 인식의 변화

고대 인류는 마약을 신의 선물이며, 고통을 줄이는 물질로 여겼다. 로마시대만 해도 시내에 800개의 아편가게들이 있었고, 총 세입 중 15%를 아편에서 얻을 정도였다. 마약에 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건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된 이후다. 종교 의식에서 마약이 공공연히 사용됐는데, 기득권 종교 단체는 마약이 시중에 돌아다닐 경우 새로운 종교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기독교 단체는 고통을 신이 내린 처벌이라 주장하며 신앙과 회개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마약을 금지시켰다. 

마약은 르네상스시대에 다시 활성화됐다. 19세기 후반 아편 무역이 세계적으로 활성화됐고, 중국은 전 세계 아편의 85%를 생산할 정도로 마약 식물 생산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다른 농산물의 생산을 감소시키고, 서민들을 가난과 굶주림으로 모는 역할을 했다. 영국은 식민지 구역인 인도 벵골 지역의 논밭을 싹 밀고 양귀비 밭을 조성했다. 그 결과 ‘벵골 대기근’이 찾아왔을 때 300만 명이 넘는 인도인이 굶어죽게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약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빈곤과 범죄, 알코올중독, 정치폭력, 성병 등 여러 문제를 낳았다. 그렇다면 알코올의 역사는 현재 법으로 금지된 마약들과 어떤 다른 역사를 지녔을까? 저자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알코올은 보통 다른 마약과 다르게 취급됐다”며 “과거 마약은 대부분 식물이었다. 흔한 지역도 있었지만, 전혀 없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 ‘오후’는 “반면 알코올은 대부분 식량이나 과일을 발효해서 만들었고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만들어 마셨다”면서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식량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지면 금주령을 내리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종종 있었다”고 답했다. 

책에는 캐나다의 임상실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의 ‘쥐 공원 실험’이 언급된다. 생활환경이 좋은 쥐의 그룹은 투입된 마약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실험의 요지다. 또한 전쟁 중 마약을 복용했던 군인들이 일상으로 복귀해 대부분 마약을 끊었다. 작가 ‘오후’는 마약이 문제인지, 사회가 문제인지 화두를 던진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유흥거리가 늘어나면 당연히 마약과 알코올 말고 다른 재미를 찾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진통제가 필요 없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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