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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시 경계 넘나드는 대안영상축제 ⋯ ‘대항기억’ 담은 다양한 목소리들 선보인다
영화·전시 경계 넘나드는 대안영상축제 ⋯ ‘대항기억’ 담은 다양한 목소리들 선보인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8.1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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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8월 15일~24일 개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영화와 전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축제인 제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 2018)이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문화비축기지, 서교예술실험센터, 아트스페이스오, 공간41, 미디어극장 아이공, 무악파출소 등에서 다채롭게 개최된다.

인권, 젠더, 예술감수성에 초점을 맞춘 네마프 2018은 15개국 137편의 작품이 상영, 전시되며, △뉴미디어대안영화제 △뉴미디어아트전시제 △뉴미디어복합예술제 등 3개 섹션 12개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그동안 접할 기회가 적었던 네덜란드 비디오아트, 영상과 VR을 결합한 버추어리얼리티전,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의 선구자인 마츠모토 토시오와 이토 타카시 감독의 작가회고전, ‘주제전-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개국 137개 작품 선보여

네마프 2018의 슬로건은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으로, 이에 맞춰 공식 포스터도 제작됐다. 대항기억(counter-memory)은 공식적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역사’에 반하는 기억으로서, 주류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실천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올해 네마프에서는 이번 슬로건에 맞춰 소외되고 가려졌던 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돌이켜 본다.

네마프의 경쟁부문 프로그램은 실험영상, 대안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장르로 구성된 상영 부문과 미디어 퍼포먼스, 다채널비디오, VR 등 장르 구분 없이 모든 형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월 18일부터 4월 8일까지 약 3개월간 65개국, 총 1천119편(상영 1천035편, 전시 84편)의 작품이 공모 접수됐으며, 이 중 64편(상영 51편, 전시 13편)의 작품이 본선 작품으로 선정됐다. 

올해 경쟁부문 본선작품들은 동시대 사회상을 반영하듯 주요 사회적 이슈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페미니즘을 담아낸 작품이 많으며, 노동, 주류에서 벗어난 소수자들과 소통하려는 다양한 대안영상예술 작품도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내러티브 위주의 극영화가 강세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몸짓 에세이, 실험영화, 파운드 푸티지 필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채로운 형식의 작품들이 본선작으로 선보인다.

개막작 「블라인딩」의 스틸컷
개막작 「닫힌 말, 열린 말」의 스틸컷

개막작으로는 주류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몸짓에 대한 기록을 담은 「블라인딩」(감독 출라얀논 시리폴, 태국)과 「닫힌 말, 열린 말」(작가 차미혜) 2편이 선정됐다. 「블라인딩」은 2014년 5월 22일 태국에서 일어난 쿠데타 이후 생긴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에 생긴 통행금지를 다루고 있다. 통행금지라는 독재, 탄압, 억압, 착취라는 국가 이데올로기 규율 앞에서 한 개인의 실천적 개입이 나비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용기 있는 몸짓을 담고 있다. 차미혜 작가의 「닫힌 말, 열린 말」은 하나의 사고, 행동, 얼굴이 강요되는, 개인이 소멸되는 공간에서 각자의 말은 어떤 형태를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는 작품이다. 서대문 형무소에는 과거 수감자의 의식전향 교육을 담당하던 장소인 교화장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으로 올해 네마프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식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장미의 행렬」의 스틸컷

마츠모토 토시오, 이토 타카시 작가회고전

매년 ‘작가 회고전’ 을 통해 얀 슈반크마예르, 알랭 카발리에, 장 루슈 등 대안영화영상예술 분야의 거장들을 소개한 네마프가 올해에는 마츠모토 토시오, 이토 타카시 감독의 작품 총 14편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선보인다.

두 작가는 사제지간으로 스승인 마츠모토 토시오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의 아방가르드 영상예술 및 비디오아트의 초석을 다진 개척자라면, 이토 타카시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 온 일본 실험영화, 미디어아트 영상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작가회고전에서 상영되는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 작품 중에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시계태엽 오렌지」(1971)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 밝힌 작품인 「장미의 행렬」을, 이토 타카시 작품 중에서는 마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스페이시(SPACY)」가 눈길을 끈다.

파트리시오 구즈만 감독의 칠레전투 3부작

올해 네마프의 슬로건인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에 걸맞은 상영, 전시작품이 주제전으로 묶였는데, 칠레의 대표적인 기록영화 감독인 파트리시오 구즈만 감독의 ‘칠레전투 3부작’이 주제전에서 상영된다. 칠레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민중정부가 쿠데타로 붕괴되기 전까지인 1970년에서 1973년까지의 투쟁을 다큐멘터리로 구성, 라틴아메리카 기록영화의 지침서이자 제3영화의 모범으로 평가 받는 영화이다. 그 외에도 베트남전에서 탈출하는 어부의 이야기를 그린 존 토레스 감독의 「피플 파워 폭탄선언: 베트남 장미의 일기」 등이 네마프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네덜란드 비디오아트 특별전 개최  

네마프에서는 매년 한 국가의 비디오아트, 대안영상 등을 특별전 형식으로 초청하여 소개한다. 스페인, 인도네시아, 핀란드, 노르웨이 특별전에 이어 네마프 2018에서는 ‘네덜란드 비디오아트 특별전’를 개최해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았던 네덜란드 비디오아트, 대안영화의 시각과 관점을 담은 영상 24편을 선보인다. 특히 행위예술의 대모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리나 아브리모비치 작가의 초기 대표적인 작품들을 비디오아트로 만나볼 수 있으며, 얀 반 뮌스터, 바술카스, 빔 히젠 등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비디오아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018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타이거상을 수상한 「마운틴 플레인 마운틴 작품」도 포함돼 있다.

「VR변신」의 스틸컷

VR로 만나는 대안영상

'버추얼리얼리티 아트 기획전X’을 통해 올해 네마프 주제인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과 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VR작품을 소개한다. 최근 몇 년간 VR영역은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마프의 버추얼리얼리티 아트 특별전X 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공간체험 등 다양한 VR장르의 작품을 소개하며 동시대 가상현실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제시한다. 「사라진 목소리」(작가 심혜정), 「VR변신」(작가 미카 존슨) 등 6작품이 전시되며, VR체험과 안내를 위해 도슨트 프로그램이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은 “올해 네마프에서는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대안영상작품과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국내외 역량 있는 젊은 감독,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으며 색다른 대안영상을 통해 기존의 틀에 박힌 영상이 아닌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을 많은 분들이 네마프를 통해 즐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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