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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의료원-두산건설 커넥션⋯광명병원 미스터리
중앙대의료원-두산건설 커넥션⋯광명병원 미스터리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8.1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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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교수협의회, 교육부 실태조사 촉구
광명하나바이온이 입주한 오피스텔 건물. 광명병원 옆에도 이러한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건물에 입주한 수십 개의 회사 중 광명하나바이온의 간판이 눈에 띈다. 4층 건물의 끝자락에 위치한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때마침 택배기사가 찾아왔다. 살며시 따라 들어가니 직원 2명이 업무 중이었다. 사무실은 회의실과 업무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공사비 4천800억원의 프로젝트를 발주한 회사 치고는 단출했다. 

중앙대의료원은 광명에 새로운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사 광명하나바이온과는 파트너 관계다. 향후 25년간 장기분할상환을 통해 병원을 소유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계획이 발표되면서 중앙대병원 교수협의회(회장 채수안·소아청소년과, 이하 교수협의회)가 반발했다. 시행사 광명하나바이온, 시공사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 의료파트너 중앙대의료원이 광명병원 건축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수협의회는 광명하나바이온이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 건축보다는 부동산 사업에 관심”

교수협의회가 우려하는 것은 병원 건축이 상업적인 용도로 변질되는 것이다. 채수안 교수협의회장은 “중앙대병원 교수가 시행사에 처음 제안했던 (중앙대 광명병원의)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며 “사업 목적도 변경되고 병원 공간이 축소되는 등 병원 건축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공사 선정 이후 발표된 계획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중앙대 광명병원의 병상 규모가 700병상에서 600병상 규모로 축소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 바로 옆 동에 신설되는 지식산업센터에는 각종 상업시설들도 들어온다. 홍준화 교수협의회 대외협력팁장은 “초안에는 지식산업센터가 의학·약학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지만 현재는 부동산 사업이 주목적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광명하나바이온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우선 회사의 인력 자체가 적다. 현재 고용정보 사이트에 확인할 수 있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은 총 5명에 불과하다. 

투자한 회사들 역시 의료기관 건축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광명하나바이온은 케이에스엘컴퍼니가 28%, 하나금융투자가 19.9%, 바이온이 14% 등 5개 회사가 지분을 투자해 만들어졌다. 모체가 된 케이에스엘컴퍼니는 건축, 부동산 개발, 부동산 분양 및 임대업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전문 회사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역시 지식산업센터 건축이다.
 
광명시는 시행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법인 출자 조항을 두기도 했다. 이에 광명하나바이온도 의료회사 바이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바이온의 주된 사업 부문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판매다.

한편, 광명하나바이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광명하나바이온 관계자는 “규모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계획이 이행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의료원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계획이 초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대 교수들, 두산건설 경쟁입찰에 의문 제기

교수협의회가 제기하는 또 다른 의문점은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배경이다. 교협은 성명서를 통해 “광명병원 건설계약이 입찰방식을 경쟁입찰로 가장하기는 했으나, 실질은 수의계약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대의 모기업인 두산이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광명하나바이온 관계자는 “대학과 (기업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앙대의료원 역시 “시공사 선정은 시행사(광명하나바이온)이 진행했다”며 “입찰에는 현대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기업이 참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본지 조사 결과 경쟁입찰 참여기업으로 거론된 건설사 중 현대건설은 “내부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나머지 2개 기업은 사업제안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의 복안은 두산건설?

그렇다면 입찰 과정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됐을까? 광명하나바이온은 “3월부터 기업이 제안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토대로 시공사를 결정했다”며 “지급보증 여부도 (기준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SK건설 역시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이 낮은 공사비를 제출했다”며 “공사비와 금융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 문제는 시공사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업 초창기부터 자금조달에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4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하나금융투자가 대출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광명하나바이온이 채무를 보증할 방법이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홍준화 교수협의회 대외협력팀장은 “하나금융투자에서 수익성을 보고 사업을 진행했어도 시공사 자금 보증 없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기관이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이러한 우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3일 광명시에서 열린 ‘대학종합병원 유치 협약식 및 시민설명회’에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자금확보에 확실한 ‘복안’이 있어 계획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위험부담 때문에 요새 잘 쓰이지 않는 기법”이라며 “확실한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광명하나바이온의 채무를 보증한 주체는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이었다.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이 광명하나바이온과 수주계약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 6월 1일 두 회사는 광명하나바이온이 하나금융투자로부터 대출한 채무 5천억원을 보증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의 복안은 롯데-두산건설 컨소시움이었던 셈. 이에 대해 두산건설 홍보팀은 "대형 건축에서 PF는 일반적이다. 채무보증 의무 역시 컨소시움의 지분이 큰 롯데건설이 우선적으로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채무보증 가능성만 놓고 보면 두산건설은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지난 4월 10일 한국신용평가는 “장기 미착공 현장들의 사업이 재차 지연되고 있는 점, 과거 동사가 PF 차입금을 대위변제 한 사례 등을 감안했을 때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전문가는 “신용평가만으로 시공사 선정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른 평가 요소들뿐 아니라 경쟁업체들이 요건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불쾌함을 표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에 알아보면 될 일"이라며 “정상적인 입찰 과정을 거쳐 진행했다”고 답했다. 교육부도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승 교육부 주무관은 “지난달 9일, 10일 이틀간 중앙대병원에 갔고 광명병원과 관련된 계약서라든지 남아있는 서류가 없었다”며 추가적인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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