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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논리에 대학을 맡길 순 없다"
"시장 논리에 대학을 맡길 순 없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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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도요시마 코우치 일본 사가대학 물리학과 교수

일본 '국립대법인화법'이 6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요시마 코우치 국립대학법인화저지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지난 10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일본의 '국립대법인화법'이 교육에 있어서의 경영체제 도입, 시장주의의 전면화 등의 측면에서 유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수들과의 정보 공유와 연대의 필요성도 느꼈다.


더욱이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평화국가이념을 깨고 통과시킨 무력공격사태법안, 자위대법개정안, 안전보장회의법안 등의 '유사관련법안'과 '국립대법인화법'이 '국가의 통제'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지난 10일 도요시마 코우치 사무국장을 만나 '국립대법인화법'과 관련된 일본의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도요시마 코우치 일본 사가대학 교수(물리학과) /
△ '전국네트워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전국네트워크'는 '독립법인화저지'라는 단일 쟁점을 두고, 교수, 언론인, 정치가, 외국인 교수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인들이 참가해 지난 2001년 결성됐다. 회원으로 3백여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국립대법인화법'은 국립에의 교육·연구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대학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교육·연구까지 정부가 통제하게 만드는 제도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본이 우경화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학문의 자유를 억업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 제도는 전대미문의 법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6월중에 '국립대법인화법'이 국회에 통과될 가능성이 많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서 교육·연구 부분을 침해하게 되는가.
"'국립대법인화법' 제 30조는 문제가 많다. 문부과학성의 중기목표가 설정되면, 국립대학법인은 그에 따라 중기계획을 세워 문부과학대신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곧 교육·연구 전체를 중앙정부과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중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대해 실시되고 잇는 악명높은 교과서 검정이 대학 교과서에도 행해진다고 상상해보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된다.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굳이 우리가 서울까지 와서 이 법안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대학의 경영성과를 문무과학성이 평가하기 때문에, 대학이 직접 문무과학성을 간섭을 받지않더라도 대학당국은 문무과학성의 지시를 적극 수용하게 될 것이다."

△교원의 지위는 많이 달라지는가.
"법안이 통과되면 교원의 '비공무원화'가 진행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교육공무원특례법'에 따라 교원의 신분을 보장받고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정년보장이 이뤄졌었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공무원특례법'에 의한 신분보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기간을 갱신할 때마다 학장의 권한이 개입할 여지도 많아진다."


△'국립대법인화법'은 학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네트워크가' 이 부분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의 국립대는 개별 학부가 중심이었다. 학부 교수회의는 교육연구, 인사, 예산을 결정했는데, '국립대법인화법'은 학장과 임원회의 권한의 강화를 통해 '대학자치', '교수회자치'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 교수들에 대한 임면권도 학장에게 주어진다. 또 모든 결정이 아래에서 위로 전해지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전해지는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가 결정된다. 대학은 정부의 시장주의 논리와 교육의 기업중심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많다."


△ 한국의 교수단체와의 연대는 어느 정도까지 계획돼 있는가.
"생각 같아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우선은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교수단체와 연대하고 싶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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