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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능력·지도교수의 열정이 관건
한국어 능력·지도교수의 열정이 관건
  • 이해나
  • 승인 2018.07.02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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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취업에 성공한 외국인 유학생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진행하는 일련의 경제 정책을 일컫는 말) 효과를 톡톡히 보는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 4월 기준 2.5%였다. 청년 실업률 또한 3.8%에 그쳤으며, 취업자 수는 64개월 연속 증가했고, 완전실업자는 95개월 연속 감소했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의 자국 취업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 지난 5월 기준 실업률 4.0%, 청년 실업률은 10.5%로 청년들이 취업난 탓에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나 내국인조차 들어가기 힘든 취업 관문의 빗장을 열어젖힌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범초 씨(와이즈유 항공관광학과 4년)는 지난 5월 말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승무원직에 합격했다. 1천2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 27명만이 거머쥔 합격증이었다. 주 씨는 합격 비결로 한국어 실력과 실무 실습을 통해 쌓은 현장 적응력을 꼽으며, 도움을 준 학교의 커리큘럼과 교수진에게 공을 돌렸다. “중국에서 유학 와 본격적으로 학과 공부를 시작하기 전 6개월간 사전 어학연수를 받으며 한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부산의 호텔에서 실습하며 실무능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와이즈유 항공관광학과의 장태선 학과장은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모집 대상으로 대학의 취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아 학교 측에서 소홀하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다가 학부 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장 학과장은 “중국에서 이곳까지 유학 온 김에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가르친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6년간 외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으며 영어 수업을 담당하는 허정원 교수, 대통령 전용기 근무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 사무장 출신 박지현 교수 등 실무 경험을 갖춘 교수진의 노하우 전달 역시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또 있다. 푼타리카 총팍디퐁 씨는 태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어를 실무 현장에 응용해 보고 싶어 인하대 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과정을 마치고 게임회사 컴투스에 입사한 그의 업무는 게임 내 한국어를 태국어로 옮기는 현지화 매니저다. 한국어에 대한 탁월한 이해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총팍디퐁 씨는 실제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자신의 언어 능력을 꼽았다. 인하대 대학원 과정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담당자는 “대학원 내 ‘외국인을 위한 한국인 수업’이 개설돼 있다”며 “수강생이 대학원생만으로 제한돼 보다 학구적이고 실제 연구나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언어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명지대 에너지융합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했던 로렌스 림주코 씨는 현재 명지대 에너지융합공학과에서 연구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림주코 씨는 필리핀 최대 맥주회사인 산미겔에서 화학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학계에 투신하고 싶어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한국 이외에도 여러 나라를 검토했지만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선도적인 연구 개발 성과 탓에 한국이 1순위였다”고 말했다. 정욱진 명지대 교수(에너지융합공학과)가 유망한 학생을 탐색하러 직접 필리핀에 찾아와 만난 영향도 컸다. 

림주코 씨는 △현재 전공과 연관 있는 학부 전공 △실무 경험 △지도교수를 자신의 취업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특히 석박사 통합과정을 제안해 주고, 연구조교수로 채용되는 데 추천해 준 지도교수(정욱진 교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림주코 씨의 학문에 대한 열의가 열정 있는 교수와 만나 꽃피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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