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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에 책임 떠넘기는 관계부처, 원안위 “우린 사람이 부족하다”
원안위에 책임 떠넘기는 관계부처, 원안위 “우린 사람이 부족하다”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8.06.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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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생활 속 유해 물질 문제

“모나자이트(고방사성 물질)를 생활용품에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원자력안전위원회)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라돈침대 사태를 통해 본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원자력위원회(이하 원안위)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환경부, 식약처 관계자들은 다른 부처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인원 부족’ 등의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집중수거가 시작된 첫날(16일), 수거한 매트리스들을 집배원들과 작업자들이 평택당진항에 쌓고 있다. 사진 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우정사업본부의 집중수거가 시작된 첫날(16일), 수거한 매트리스들을 집배원들과 작업자들이 평택당진항에 쌓고 있다. 사진 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최근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이 다량 검출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진침대는, 2010년 이전부터 이미 침대 매트리스 제작 과정에서 모나자이트 파우더를 사용해온 것으로, 원안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2010년 이후 모나자이트를 활용해 생산한 전체 24개 모델에서 피폭 방사선량 1년 기준치(일반인)인 1밀리시버트(1mSv)를 최고 13배 이상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되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진침대가 2010년 이전 생산한 모델 3개에서도 기준치의 약 5배에 이르는 방사선량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나자이트는 ‘음이온’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다. ㈜대진침대의 제품들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회복 효과가 있는 음이온을 방출한다며 정부로부터 ‘음이온 인증’과 ‘K마크’, ‘친환경마크’까지 받아 판매됐다. 하지만 2017년 기준, 국내 학술지 가운데 음이온의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 또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당신이 음이온 제품을 알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는 누군가를 아는 경우, 우리의 최고의 충고는 그것을 멀리 던지라는 것이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진리’처럼 여겨졌던 음이온의 효과에는 어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생활 속 방사능 문제점과 대책」을 발표한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대진침대가 모나자이트를 들여와 침대를 제작, 홍보,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소홀한 관리·감독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이 음이온 관련 특허가 현재 18만개에 이른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이어 “수입업체가 생활방사선안전관리법에 따라 천연방사성 물질을 원안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그 물질이 어떻게 유통돼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이번 ‘라돈 침대’ 사태를 수습하는 것으로 생활 방사능 문제를 해결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06년에 이미 제기됐던 생활 속 방사능 문제 

김 위원장의 이런 비판에 토론회에 참석한 산자부, 환경부, 식약처 관계자들은 원안위에 관리·감독 권한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고, 원안위 관계자는 “사실상 네 명이서 전국에 유통되는 모든 방사선 물질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006년에 이미 <MBC>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조사를 인용해 집안 곳곳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보도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각 부처에서 오랫동안 생활 속 방사능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종합토론에서 주영수 한림대 교수(의과대학)는 “일반적으로 1만명이 1mSv에 노출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1명에게서 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번 ‘라돈 침대’ 사태가 보다 심각한 건, 침대는 사람들이 잠깐 사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용하는 생활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주 교수는 “정부와 ㈜대진침대는 침대 수거 외에 별다른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라돈 침대를 사용하셨던 분들 가운데 흡연하고 계신 분들은 금연이라도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2일 현재 ㈜대진침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최근 교환해드린 매트리스 중 일부 제품에서 모나자이트 속커버가 재적용된 사례가 확인돼 수거 및 교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팝업창을 확인할 수 있다. 라돈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방사선 물질이 포함된 제품들이 시중에 얼마나 유통됐고, 유통되고 있는지 ‘여전히’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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