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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만으론 영어 실력 향상도 사교육비 절감도 어렵다”  
“영어 절대평가만으론 영어 실력 향상도 사교육비 절감도 어렵다”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8.06.2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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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관련 31개 학회, 수능 영어 절대평가 관련 공동 입장문 발표

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 여건종, 숙명여대)를 비롯한 영어 관련 31개 학회가 2018학년도 수능(2017. 11 시행)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영어 관련 31개 학회는 공동 입장문 서두에서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수능 국어, 영어, 수학의 절대평가가 추진되었지만, 현재 영어만 절대평가로 시행되고 있다”며 “절대평가가 영어에만 적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뒤, 총 다섯 항목으로 구성된 입장을 내놨다. 

첫째,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라는 근본 취지가 무색하게 단지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를 낳고 있을 뿐이다. 둘째,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결정과 시행 이후 사교육의 과목이 달라졌을 뿐, 전체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셋째,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로 고비용의 사교육이나 해외 유학 대신, 학교를 통해서만 영어를 익혀야 하는 많은 학생들이 결국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영어 격차의 장벽은 진정한 사회통합의 장애가 될 것이다. 넷째, 세계는 더 좁아지고 국가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져만 가는데, 국내의 대입 체제로 영어교육의 기반이 흔들려 국가 경쟁력이 악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 우려된다. 다섯째, 일관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영어 관련 정책이 우리 영어교육의 현장에 몰고 올 위기와 국가 장래에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정치, 이념, 이익의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담은 교육 정책의 실현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8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한 수험생이 입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교수신문DB

지난 2014년,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기존 상대평가로) 단순히 높은 수능 점수를 받기 위한 학생과 학교현장의 무의미한 경쟁과 학습부담을 경감”시키고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활성화 등 학생들의 실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학교 영어교육이 정상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즉 ‘무의미한’ 학습부담을 낮춰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영어 과목 사교육비 지출이 다른 과목에 비해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수능 영어 절대평가 첫 세대가 입학한 2015년 이후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꾸준히 증가했다(2016년: 전년대비 10.9% 증가, 2017년: 전년대비 8.4% 증가). 상대평가 마지막 세대도 포함된 조사라는 점을 고려해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사교육비 지출이 줄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다. 또한 영어 교육 전문기업인 ‘윤선생’이 2017년에 자녀를 둔 윤스맘 카페 회원 6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9.5%였다. 이전과 동일하다고 답한 비율은 78.6%였고, 오히려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11.9%였다. 단순히 한 과목의 평가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없는 구조가 현 입시구조임을 판단케 하는 결과들이다. 

평가방식의 전환보다는 '학습방식의 전환'을 유도해야

그럼 절대평가로 전환함으로써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실질적으로’ 향상됐다, 혹은 향상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박경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신입생 영어 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로 분류되는 신입생 비율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증가했다(11.4%→12.9%→14.8%→17.7%→ 21.5%→22.4%). 이 학생들은 영어 상대평가 세대에 속한다. 당시 박경미 의원은 “영어를 공부한다면서 EBS 교재의 국문번역본을 통째로 외우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방식의 전환보다는 학생들의 ‘학습방식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지적이다. 영어 관련 교수들이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면, 모든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해야 애초에 교육부가 말했던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편 이번 영어 관련 31개 학회의 공동 입장문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영어 절대평가 체제에서 수능을 본 학생들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 한 학기를 보낸 상황에서, 절대평가로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답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국민들께 말씀드린 것처럼, 절대평가로 전환했다고 해 시험의 난이도를 낮출 계획은 현재 없다”며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는 총 4개의 후보안을 발표했고, 4개의 안 중 두 번째 안만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을 포함하고 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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