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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세 가지 비판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세 가지 비판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8.06.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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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추천하는 권장 도서이자 대입전형에서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읽었다고 답하는 책 중의 하나가 『이기적 유전자』일 정도로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생물학과 관련된 심오한 전공서적이자 대중 과학저술이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옥스퍼드대의 진화생물학자로서 1976년에 『이기적 유전자』를 출판했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1960년대에 해밀턴(William D. Hamilton)이 주장한 개체나 집단 차원의 진화가 아닌 유전자에 기반한 진화를 주장하했. 도킨스는 유전자가 진화의 기본 단위이며 ‘이기적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그 사본이 전달된다고 했다. 자연을 유전자의 눈으로 보는 관점은 매우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성공적인 ‘이기적 유전자’는 수많은 사본을 생성하며, 비성공적인 것은 사라진다. 1960년대가 모든 게 가능한 시대였다면, 『이기적 유전자』는 1970년대의 패배주의와 숙명론의 전형적인 예처럼 보였다.    

도킨스의 자연선택설의 재구성은 과학계 안팎에서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론은 사회과학 연구의 축을 바꾸도록 했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생명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재고하도록 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도킨스』는 유전자에 의해 인간이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단지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용한 기계라 주장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평판이 널리 퍼지면서 ‘이기적 유전자’는 ‘자유의지’와 ‘주체성’ 같은 정신을 모욕하는 ‘생물학적 환원주의’ 또는 ‘결정론’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유전자는 그들 자신이 가장 효과적으로 복제돼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적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죽어 없어진다. 복제자들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며, 자연선택은 생존에 유리하거나 생식력 있는 개체를 선호한다. 진화과정에서 복제자들 중 보다 안정한 배열과 경쟁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들이 선호됐을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복제자들은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전략을 채택했고 분자 배열은 더욱 복잡하게 됐을 것이다. 『도킨스』는 일부 복제자가 돌연변이를 통해 그들 주위에 단백질 벽을 세웠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생존기계’가 출현했다고 제안했다. 

미생물을 포함한 원핵생물,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고등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생존기계이다. 세포에 존재하는 유전자는 복제자이고 생명체는 그들의 생존기계이다. 각 개체는 자가 복제를 추구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단순한 운반자일 뿐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생존무대는 무한 경쟁, 무자비한 착취와 기만의 세계 속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도킨스는 이타적 행동이 자연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벌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적들을 쏘아 죽음에 이르고, 새들도 달려드는 매를 경고하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다 큰 善에 이익을 주는 행동을 촉진한다.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 친척들은 밀접하게 연관된 이해관계를 갖는 경향이 있다. 부모는 그들 자식에게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전해주기 때문에 부모의 보살핌은 유전자 차원에서 이타주의는 아니다. 많은 어린 아이들은 그들이 허기진 것보다 더 배고픈 척하며 부모를 이용한다. 훗날 도킨스는 본질적으로 화학물질 덩어리를 ‘이기적 유전자’란 단어로 의인화한 자신의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고백하면서 보다 적절한 용어는 ‘불멸의 유전자’라 하였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와 유사한 인간의 문화적 진화 단위인 ‘밈(meme)’이라는 용어를 주조했다. 문화적 배경에서 보면 ‘이기적 유전자’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시대에 바이러스와 같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진다는 생각인 밈을 일반화시켰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내재가치’의 존재 위치로 해석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적 변이에 대해 ‘선택가치’ 또는 ‘적응가치’를 논한다. 식물은 그들이 종자를 퍼트리거나 가시를 만드는 ‘생존가치’를 갖는다. 자연선택은 한 생명체가 가치가 있거나 그들의 생존에 상대적으로 가치 있는 형질의 선택을 의미한다. 자연선택이 이러한 형질들을 한 집단으로 모을 때 ‘유전자’로 통합되며 그 생명체는 이러한 유전자에 기초해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가치 있는 형질은 유전자에 저장돼 있고,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으며 이것을 ‘내재가치’라 한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비판은 특히 인간에게 적용했을 때 사회성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집중됐다. 그러나 『도킨스』에 따르면 ‘이기적 유전자’는 이기적 인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은유적 표현일 뿐이다. 또 다른 비판은 유전자들이 각 개체가 아니라 종을 위해 작용한다는 견해에 대한 것이었다. 세 번째 비판은 그의 생각을 생물학의 유전자 단위와 유사한 문화의 ‘밈’ 단위의 존재를 인간사 영역으로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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