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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줄다리기
미래 과학?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줄다리기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06.1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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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평_ 『미래 과학』(정하웅 외 지음, 반니, 2018.05)

미래란 불확실성으로만 남는 게 아니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미래 과학’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2017 가을 카오스 강연(2017년 9월 13일~11월 22일) ‘미래 과학’이 ‘렉처 사이언스 KAOS’ 여섯 번째 시리즈로 묶여 나왔다. 최근 ‘핫’한 주제인 빅데이터, 뇌지도, AI, 기후변화와 화성 이주까지 과학의 현 주소,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민할 거리 등을 다뤘다. 

『미래과학』(정하웅 외 지음 , 반니, 2018.05)은 청소년들이 생활하게 될 미래가 어두울지 밝을지를 논의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가 있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포함해 현재 직면하는 문제를 모두 함께 공감하고 해결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10강을 마친 뒤 패널과 강연자, 방청객 모두 미래가 그리 어둡지 않음에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미래에 답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 강연을 맡은 정하웅 KAIST 교수(물리학과)는 데이터의 미래를 설명했다.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 파도 속에 살고 있고, 정보를 감시당하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환경에 있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식별할 능력은 인간에게 부족하다. 그러나 미래에 우리는 올바른 뉴스와 무분별한 가짜를 식별할 인공 지능을 가질 것이다.   

실험동물 문제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지금껏 실험동물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 동물을 써왔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부정확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정석 교수(고려대 기계공학부)는 복잡한 동물실험들이 장기 칩이나 오가노이드(organoid,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드는 기술)로 대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서 특정한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어 다양한 물질이나 약물 테스트하는 방법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다만 ‘인간의 위치’라는 새로운 윤리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기에 더 주시해야 한다.  

가짜 뉴스 선별과 동물실험의 윤리

인공 지능의 감정에 대한 부분은 미래 과학 논의에서 당연 화두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꼬마선충 연구를 바탕으로 신경계 연구를 설명했다. 꼬마선충은 단순한 신경 작용을 하지만 현재는 신경세포의 연결망이 완성된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의 문제를 꼬마선충으로 연구하자니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혹여 유전체 속에 녹아 있을 사회성 정보를 확인하는데 초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성배 연세대 교수(컴퓨터과학과)는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하는 문제에 대해 “인간처럼 감정을 지니고 자의식을 지닌 인공지능은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의견을 적었다. 센서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지만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감정을 갖거나 자의식을 갖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100% 완벽한 기술은 못 만든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사람도 완벽할 수 없기에 기계 역시 완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래 과학 기술에 수학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엄상일 KAIST 교수(수리과학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수학을 풀고, 혼자 끙끙거리는 시대가 아닌 여럿이 문제를 나눠 푸는 게 추세라고 강조했다. 미래 과학이 존재하는 만큼 수학자도 가장 늦게까지 미래 사회에 존재할 직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수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면 박문정 교수(포스텍 화학과)가 주장한 인공 팔 문제도 부드럽게 풀릴 것이다. 요즘의 인공 팔은 뇌신경과 연결해서 움직임이 훨씬 더 자유롭다. 팔 근육을 감싼 회로 장치가 뇌에서 전기 신호를 받아 인공 팔에 전달하는 방식이라 생각만으로도 팔이 움직일 수 있다. 뇌뿐 아니라 인간의 몸에는 항상 전류가 흐르기에 미래 로봇 발전은 전기 감응 소재에 달렸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인공지능 미래 로봇, 뇌와 신경세포가 관건

과학의 미래에 대해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교수의 토론이 있었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국종성 POSTECH 교수(환경공학부)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극지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 국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로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생기더라도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이관수 동국대 교수(다르마칼리지)는 “과학에 대한 무한한 긍정,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이 오히려 우리를 갉아먹는 게 아닐까”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과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절대로 불가능한 것도 드러낸다.  

우주의 미래를 강연한 이정은 경희대 교수(우주과학과)는 미래 인류의 화성 이주를 강조했다. 화성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테라포밍으로 화성의 상태를 지금의 지구와 비슷한 상태로 바꿔놓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성 대기압을 증가시키고, 물을 만들고, 온난화시키고, 미생물 퍼트리는 등 150년은 훨씬 걸리는 방대한 프로젝트다. 화성은 자원이 풍부한 소행성들과 가까워 미래에 화성으로 가게 되면 광물 자원을 채취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화성 너머의 우주를 설명한 임명신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려는 과학적 방법들을 논의했다. 빛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시기를 넘어 이제는 빛이 아닌 중성미자와 중력파로 우주를 보는 시대다. 2022년 가동될 25미터 구경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으로 인류가 보지 못했던 희미한 천체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우주 망원경 ‘스위프트’를 이용해 감마선 우주를 시시각각 관측할 날이 오고 있다. 이로써 거대 질량 블랙홀 성장 과정과 초기 우주의 중력파 배경복사 연구를 하며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갈 것이다.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독일 정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디지털로 운용하는 기업 시스템이 미래에 아주 중요한 자원이 되리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원래 단어는 ‘산업 4.0(Industrie 4.0)’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가상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인간의 사회를 바꿀 것인가는 지금껏 굉장히 중요한 논의로 이루어져 왔다. 

인천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우 재능대 특임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과학의 핵심은 더욱 사람에게 다가가는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각 지역에 기반을 두어 혁신형 인재를 양성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래 과학의 본질은 결국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총 10강으로 이뤄진 『미래 과학』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패널 토의와 질의응답으로 더 생각할 거리와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책은 빅데이터와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정신과 마음, 인공지능의 가능성, 수학과 수학자, 인공근육, 기후변화, 화성 이주와 우주, 과학사의 관점에서 살펴본 미래의 기원 등 불특정 다수의 키워드로 연결이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 과학을 정의하기가 어려웠겠으나 좀 더 긴밀한 관계 속에서 기획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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