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05 (금)
"광고로 순위 올리는 세계대학평가 대응하려면 내실 보는 평가제 마련 시급"
"광고로 순위 올리는 세계대학평가 대응하려면 내실 보는 평가제 마련 시급"
  • 이해나
  • 승인 2018.06.18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S·THE·라이덴…난립하는 세계대학평가, 무엇이 다른가

지난 7일(한국시각)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발표됐다. 일부 대학은 ‘국내 대학 OO위’, ‘역대 최고 성적’ 등의 문구로 앞다퉈 홍보에 나섰다. 이보다 한달 여 앞선 지난달 17일(한국시각)에는 네덜란드 라이덴대가 주관하는 라이덴랭킹이 발표됐다. ‘역시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대학의 순위가 높다’는 홍보가 줄을 이었다. 오는 9월이면 영국의 주간지 타임스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이하 THE)의 THE 세계대학평가 역시 발표될 예정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익숙해진 세계대학평가, 과연 순위는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평판도’ 중심 QS·THE, 논문 실적만 보는 라이덴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대학평가는 단연 QS 세계대학평가다. QS는 학생과 직장인 맞춤형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다국적 교육 컨설팅 기업으로 본사는 영국 런던에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세계대학평가 순위 발표를 시작했다.

평가 기준은 △학계 평판도(40%) △졸업생 평판도(10%) △교원당 학생 수(20%) △교원당 논문 피인용 수(20%) △외국인 교원 수(5%) △외국인 학생 수(5%) 등 총 6개다. 평판도는 항목별 전문가 다수에게 설문을 벌여 데이터를 모으고, 논문 피인용 수 등은 스코퍼스(Scopus·네덜란드 엘스비어 출판사가 만든 학술논문 인용지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올해 학계 평판도 설문조사에는 약 8만명의 고등교육 전문가가 참여했다.

QS와 THE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THE-QS 세계대학평가를 함께 발표했지만, 2010년 이후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THE 세계대학평가는 크게 △교육환경(30%) △연구실적(30%) △논문 피인용도(30%) △국제화(7.5%) △산학협력(2.5%) 등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각 지표는 다시 세부 평가기준으로 나뉘며, QS와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의 비중이 큰 편이다. 예를 들어 교육환경 지표의 경우 평판도 설문조사(15%), 교원당 학생 수(4.5%), 박사과정생과 학사과정생의 비율(2.25%), 박사학위 수료자당 교수임용 비율(6%), 시설 확충 능력(2.25%) 등으로 다시 나뉜다.

2011년부터 발표된 라이덴랭킹은 QS나 THE의 세계대학평가보다 역사는 짧지만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오로지 대학의 논문 실적만으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 2018년 순위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발표된 논문 수나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0% 논문 수 등을 중심으로 매겨졌다.

“세계대학평가, 총장 성과 지표로 변질돼”

교수 사회에서는 주로 QS 세계대학평가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QS는 공신력 있는 평가 기관이 아닌 민간 컨설팅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지금처럼 QS 세계대학평가에 과도하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는 이어 “QS는 순위에 민감한 한국 대학의 실상을 잘 알고 세계대학평가 상 순위를 높일 수 있는 컨설팅 상품을 판매하는 등 영업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가 지적한 문제의 원인은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마치 총장의 성과 지표처럼 변해버렸다는 것. 때문에 대학은 순위 경쟁을 위해 돈을 쓰고, 결국 교육부의 재원이 다국적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었다.

‘평판도’가 주를 이루는 세계대학평가의 지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 교수는 “평판도를 올리려면 결국 해당 업체에 광고를 실어 인지도를 올리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외국인 교원 수나 외국인 학생 수처럼 한국 대학이 영미권 대학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평가는 본질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며 “평가 지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학의 경영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난립하는 평가에 대학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학별 특성에 맞게 교육 목적과 방향이 설정된 공인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박 전 총장은 이종승 충남대 명예교수(교육학과)와 함께 지난 2006년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위한 조직, 인력 및 정책과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공인된 평가 기관 설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외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학 교육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성이 확실하고 공인된 평가 제도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해 보이는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