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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호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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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8.06.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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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과 지향점이 남한의 국내정치 차원에서 지적·도덕적 헤게모니를 수립해야 한다. 초점은 통합보다 서로주체에 있다. 즉 남북한의 통합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만남의 자세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남한사회 내 통일담론의 주요 전선은 ‘분리 대 통합’이 아니라 ‘홀로주체 대 서로주체’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서로주체적 통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남북한이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국제정치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서로주체적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협력적 이니셔티브가 중요함을 강조할 뿐이다. 남북한 가운데에서도 특히 남한이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서로주체적 자세를 취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배반을 당할 수 있는 착한 바보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남한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을 위해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남한의 국내정치다.

아울러 남한의 국내정치에 있어서 정치사회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의 헤게모니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에 비해 남한의 국가는 시민사회의지지 여부에 더 의존해 있다. 남과 북의 정부가 서로주체적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에서는 국가가 사회를 주도해 이끌고 가기가 수월하지만 남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즉 남한은 북한에 비해 시민사회가 훨씬 더 발달해 있고,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영향력도 훨씬 크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처럼 이해관계가 걸린 사회세력들의 저항을 정부가 무시할 수도 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남남갈등이 심해졌던 것처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시민사회의 반발이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요컨대 남남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뿐 아니라 남북한의 서로주체적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남한의 시민사회 내에서 서로주체적 통합의 헤게모니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학노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사회평론아카데미, 2018.6)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과학이 만드는 민주주의 | 해리 콜린스, 오버트 에번스 지음 | 고현석 옮김 | 김기홍, 이충형 감수/해설 | 이음
소득주도 성장은 가능한, 그리고 바람직한 대안인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 간의 힘의 관계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바뀔 것인가? 이런 중요한 문제에 답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은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환경 문제와 같이 복잡한 과학기술적 지식이 얽혀 있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들이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 50여 년간 과학사회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4부분으로 나눠진 이 책에서 저자들은 1부를 통해 저자들이 생각하는 주요 쟁점과 학문적 기초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선택적 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특징이 되는 원칙들과 과학적 조언을 구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저자들의 생각이 과학과 민주주의를 다룬 수많은 기존 연구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확인하고, 마지막 4부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과학자ㄷ는 과학의 전통과 가치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을 선언한다.

 

느낌의 0도 | 박혜영 지음 | 돌베개 | 232쪽
지혜가 머리에서 나오고, 머리는 올바른 판단의 근원이기에 우리의 두 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배워온 인류는, 지금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생태적 파괴에 직면해 있다. 영문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는 인간만 생존가능한 서식처가 아니기에 지금까지와는 반대쪽으로 가령, 머리가 아닌 발, 정신이 아닌 몸의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8명의 작가를 소환하는데, 레이첼 카슨을 통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반성하고, 마하엘 엔데를 통해 한 번뿐인 생명의 시간이 돈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었음을, E.F.슈마허를 통해서는 시간의 변화와 함께 노동도 삶의 기쁨에서 생존을 위한 노역으로 변질됐음을, 웬델 베리로부터는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평화란 무엇인지를, 마흐무드 다르위시로부터는 약자에게 올바른 생태적 정의란 무엇인지를, 존 버거로부터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에도 윤리가 있다는 점을, 아룬다티 로이로부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말한다. 책의 마지막에 호명된 작가는 우리가 저항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 수 있음을 보여준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저자는 이들 작가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결국 하나라는 간명한 진리를 말하고자 한다.

 

도덕의 궤적 | 마이클 셔머 지음 |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768쪽
1965년 3월 21일,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그를 따르는 8천 명의 시위대의 요구는 ‘투표권’이었다. 빗속에서 닷새 동안 85km를 걸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의사당 계단에 도착했을 때 시위대 수는 2만5천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거짓은 영원할 수 없다. 도덕적 세계의 궤적은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구부러진다.” 역사에 남을 이 명연설 이후 그해 8월 6일 존슨 대통령은 투표권 법안에 서명하기에 이른다. 과학적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의 발행인이기도 한 저자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구절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수준으로 확장하며, 바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야말고 그 역사상 가장 도덕적으로 진보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도덕적 진보가 과학과 이성이라는 두 축을 통해 이룩됐고, 이 둘은 앞으로 인류가 더 도덕적으로 진보한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732편의 문헌을 참고한 저자의 결론은 간명하다. 한 종으로 인류는 점점 더 도덕적인 존재가 돼가고 있으며, 그 원동력은 종교적 힘이 아닌 과학이라는 것이다. 

 

분열과 사랑 | L.S. 비고츠키 지음 | 비고츠키연구회 옮김 | 살림터 | 260쪽 
아동학에서 학습은 예견 불가능하다. 교사들은 이미 사회적이고 문화화됐으며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6학년과 마찬가지 수식어를 가진 1학년 아이들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질문을 기다려야 하며, 어린이에게 질문하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답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비고츠키는 교사들에게 발달의 산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교사에게 비고츠키가 이 책에서 제공하는 것은 자연적 변화에 대한 인간의 이해 즉 위기와 그 위기에 뒤따르는 이행적 연령기에 대한 이해다. 위기적 연령기에 대한 일관된 통찰을 통해 비고츠키는 교사에게 양육과 교수-학습을 위한 관점을 형성하고 행동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에게는 인간의 세계관을 지닌 인격이 된다는 것에 대한 자연적 이해를 제공한다.

 

뷰티풀 퀘스천 | 프랭크 윌첵 지음 | 박병철 옮김 | 김상욱 감수 | 흐름출판 | 552쪽
이 책은 “이 세계는 하나의 예술작품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을 다루고 있다. 양자색역학의 점근 자유성을 발견한 공로로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세계를 아름다움이라는 잣대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처음으로 소환된 이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이다. ‘모든 것이 수’라고 주장한 피타고라스와 ‘세상을 이루는 근본물질이 5개 도형에 대응된다’고 한 플라톤. 자연은 보다 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의 발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기본 사고를 책 서두에서 증명하는 저자는 이어 물리학의 뉴턴, 방정식의 멕스웰, 특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을 연이어 소환하며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자연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자연이 갖는 예기치 못한 수학적 단순성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지적 쾌감에 다름 아니다. 

 

서울 선언 |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416쪽
문헌학자인 저자는 서울 구석구석을 걸으며 늘 느끼는 ‘당혹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개인사를 현대사의 장면들과 중첩시킨다. 현재의 서울은 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성과 고려의 남경,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 도시였던 경서, 그리고 그 너머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도시지만, 600년 역사, 혹은 2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도시에 남아있는 유적은 거의 없기에 저자는 무언가 옛터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나 현대에 복원된 건물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 흔적들 속에서 저자는 공화국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나라에 분노하고, 전근대적인 계급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차별적 가치관이 여전히 작동하는 것에 분노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서울의 풍경들을 40여 년간 걸어 온 저자가 책의 말미에서 하고 싶은 말은 부끄러운 과거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과거라고 기억에서 지우는 역사왜곡을 걷어내고, 한국 시민이 걸어온 역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응시하자는 것이다.

 

1945 | 마이클 돕스 지음 | 홍희범 옮김 | 모던아카이브 | 604쪽
얄타회담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까지의 6개월은 전혀 다른 두 전쟁과 전혀 다른 두 세계 사이의 결정적 시기였다. 대포의 시대가 원자폭탄의 시대로 이어지고, 종말을 맞이한 제국의 사투는 신생 초강대국의 탄생에 따른 산고로 이어졌다. 겉으로는 동맹이었지만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두 강대국의 군대가 유럽의 심장부에서 만난 것도 이때였다. 그로부터 한 세기 이전인 1835년 미국과 러시아가 다른 모든 나라를 제압하리라고 내다본 프랑스 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주요 수단은 자유고, 러시아의 주요 수단은 예속이다. 두 나라는 시작점이 다르고 과정도 다르지만, 세상의 절반의 운명을 뒤흔들려는 하늘의 뜻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하늘의 뜻을 실현한 대통령과 정치위원, 장군과 병사, 승전국과 패전국 국민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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