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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즉위 600년…신집현전, 태학사 프로젝트 가동한다 “민족문화에 갇혔던 한국학에서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한국학으로”
세종 즉위 600년…신집현전, 태학사 프로젝트 가동한다 “민족문화에 갇혔던 한국학에서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한국학으로”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6.1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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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제18대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1978년 민족문화 연구를 위해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지난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명칭 변경은 연구원의 정체성 변화를 뜻한다고도 할 수 있으며, 그것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한국학 연구’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13년간 한중연은 한국학 연구 및 연구지원의 前進基地로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많은 학자들이 한중연 원장으로 부임해 한국학 연구를 위해 매진해왔고, 지난해 11월 안병욱 제18대 원장(사진·70세)이 취임했다.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설립위원 및 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조직에서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그는 취임사에서 한중연을 한국학 연구의 총본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과거 한국학 연구와 현재 한국학 연구 사이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은 차이와 변화가 생겼고, 국내 연구진들의 학제간 연구, 융합연구를 넘어서서, 특히나 해외 연구진들의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 비교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지금, 설립 시절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한반도 평화,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문제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현재 한국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병욱 원장은 한중연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갈 계획일까? 모처럼 햇볕이 좋은 늦봄의 어느 날, 청계산자락이 병풍처럼 고즈넉이 감싸고 있는 한중연 본관에서 안병욱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일시: 2018년 6월 12일 오전 10시 30분
대담: 윤상민 편집국장 cinemonde@kyosu.net
정리: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대외협력팀

안병욱 제18대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 지난해 11월에 취임하셨습니다. 전 원장님께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취임하시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셨을텐데, 지난 반년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한중연은 인문사회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거의 유일한 기초학문연구기관이죠. 학술 연구, 학문 정책이 절대적으로 국가정책의 핵심사항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할 겁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체제 속에서 공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특히 학문적인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동안 그런 부분에 우리나라가 소홀했어요. 과거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에 불교, 조선시대에 유교까지 천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학술적 기반을 갖고 있었는데 20세기 대한민국은 학문을 하겠다면 유학부터 가겠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지고 끌고 갈 국가대표급 기관은 한중연이고, 그런 중요한 자리를 내가 과연 맡아서 끌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기에 제안을 받고 거절도 했지만 결국 여기 오게 됐습니다. 와 보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현재 한중연 상황이 제가 겁을 낼 정도의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로서는 다행이지만 국가적으로는 불행이죠. 문제는 그런 문제의식을 제가 느끼는 게 아니고 위정자나 정책당국이 느껴야 하는데 말이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시절인 1991년에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통해 ‘한국’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다행히 금년 예산에 10억이 국회에서 처음 책정이 돼서요, 외부인사들을 포함해 자문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저는 20세기 우리 문화사업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 중 하나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듭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그런데 1990년대에 마무리해 끝났다고 그걸 방치하는 것은 또 한 측면에서 낙후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21세기가 됐으니, 다시 그걸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원을 받아서, 21세기에 기념될만한 또 다른 사전을 만드는 거죠. 그 자세로 일을 시작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분들도 그런 사명감을 갖고 합니다. 다만 담당자에게 언제 끝낼 것인지는 정하지 말자고 했어요. 10년, 20년 걸려도 좋고 우리 생전에 결과 못보고 가도 상관으니 시간 맞춰서 일 끝낼 필요가 없다고요. 지금은 디지털화 돼 있으니, 종이 출판 때는 그게 불가능하지만, 1년간 작업한 걸 그해 말에 디지털 판만 바꾸면 되는 것인데 언제 끝날 것인지 기한을 정하기보다는, 시간제한 없이 기념비적인 작업을 하겠다는 자세로 일하자는 거죠. 성과가 금년, 내년에 나오기는 힘들겠지만요.”

△ 2005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며 정체성에 변화가 왔습니다. 지난 13년간의 한국학 연구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이건 태생적인 부분이 큰데요, 1978년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설립됐을 때, 한편으로는 순수한 학술연구기관을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죠. 설립하던 정부 당국도 그때는 지금과 달라서 민족문화인데요, 순수한 학술기관으로서 민족문화연구를 맡아서 해달라는 그 의도가 컸어요. 창립선언문이나 관계했던 분이나 미뤄보면 말이죠. 그럴 때 그 기회를 오용한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럴듯한 언술로 위정자들이나 대통령을 움직여서, 결국은 한중연이 처음부터 순수학술을 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정책, 이데올로기 이념공세에 동원되는 과정을 초래하게 된 겁니다. 1980년대 신군부 5공정권 들어오면서부터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급하잖아요. 유신정권은 1961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굳이 정신문화연구원을 전면에 내세워서 들러리로 세우지 않더라도 정책 펼쳐가는 데 시급할 일이 없었는데, 쿠데타나 광주에서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정권을 세웠기 때문에 정권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취약하죠, 그 취약한 것을 우리로서는 굉장히 불행하게도, 정신문화연구원을 동원해서 메우려고 했던 것이, 1980년대 정신문화연구원이 사회로부터 격리, 유리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 겁니다. 그 초기의 일종의 불명예적인 일들로부터 한중연이 쉽게 벗어날 수는 없었죠. 2005년에 결국 이름을 한중연으로 바꾼 것이고요. 또 실제로 70년대에 정신문화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물질문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신문화인데, 80년대를 겪으면서 정신문화가 엄청 오해를 사는 뉘앙스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명칭 바꾼 거예요. 또 하나는, 한국학의 중앙연구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오해받는 부분을 벗어나고자하는 측면도 있지만 달라지고 있는 주변 환경, 국내적인 여건, 등 학술연구 봐서 그런 측면에 맡게 연구원을 재개편해야겠다는 의미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됐고요. 그런 의미에선 연구실, 시설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굉장히 많은 발전이 있었죠. 하지만 목적은 근사한 건물 짓는 게 목적 아니고, 연구 업적을 해야하는 것인데, 13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연구 업적이 있으면 걱정할 일 없는 거죠. 물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라는 걸출한 작업이 있었지만, 13년이란 시간은 한국학 연구에 기초를 닦는다는 의미에서는 굉장히 짧은 기간이죠. 그 전에 우리가 안고 있던 멍에랄까, 그걸 벗는 시간으로서도 13년은 충분하지 않고요.”

△한중연이 한국학 연구지원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연구재단화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중연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일들이었는데, 일부 교수들에게서 한중연이 뭐길래 한국학진흥사업단 연구비를 나눠 쓰고 아는 사람들 밀어주냐는 얘기들을 듣게 된 거죠. 와서 직접 보니, 자기들끼리 나눠 썼더라면 차라리 더 좋았게요. 한중연의 재량이 거기에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 와서 만약 한중연이 일을 맡아야 한다면 최대한 신뢰를 갖고 한중연에 맡겨 달라고 말했죠. 그러면 이 시대 한국학 연구에서 어떤 연구를 지원하고 무얼 해야 할 지 우리의 총역량을 투입해 연구지원을 하겠다고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다 짜여있는 프로그램에서 심부름만 하는 거면 그런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거든요. 한중연이 편파적으로 특혜 받는 것도 전혀 없습니다. 지금 한중연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도 한국학 연구를 끌고 가기 어려운 판에, 그런 일에 휘말려서 비난, 비판 받고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역할을 하겠어요? 사업단 예산이 300억 정도 되는데요, 큰돈이기도 하지만 국가 학문지원측면 예산으로는 그리 큰 예산은 아니죠. 한중연에서만 맡을 수밖에 없는 ‘해외한국학지원사업’이 있는데요, 이건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 분야 전문가가 1~2년 하고 그만 두면 해외한국학은 관리가 불가능해져요. 또 일부 한국학에서 한중연의 연구사업을 확대해서 학계연구를 끌고 갈 필요가 있는 분야도 있죠. 전적으로 맡겨줄 수 없다면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한중연에게 맡기면, 책임지고 세계적인 한국학의 중심연구기관을 만들 수 있을 텐데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연구기관이면서 연구지원기관이기도 합니다. 국내외 한국학 관련 다른 연구기관들과 비교해 한중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요? 
“한중연에 있는 인력이 연구해내는 것도 중요한데, 저는 그거보다는 밖에 있는 교수들이나 연구기관들, 해외한국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기관이 한중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에 있는 학계가 일단은 적은 틀로, 한국학을 수준 높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참여해서 끌고 가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너희들 연구만 하라는 것은 이 연구원을 설립했던 목적과는 다른 거죠. 예를 들면 건국대 통일연구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세대 국학연구원,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다 다른데, 그런 연구원들이 연구할 수 있게 한중연에서 세미나를 열어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거나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는 게 연구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죠. 학계의 심부름꾼이자 선도할 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기에, 한중연 연구원들은 자기 연구하면 끝나는 줄 아는데, 그건 ‘one of them’ 연구원일 뿐이에요. 기초학문, 한국학은 연구비를 나라에서 지원해 줄테니 걱정 없이 학문을 일으켜 세우라고 하는 것인데, 그 특혜를 받아서,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면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이런 걸로 외부 한국학 연구기관들이 건전한 비판을 해야 하는데, 연구비 맘대로 쓰냐는 터무니없는 비난만 하는 게 더 씁쓸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개원 40주년입니다. 세종 즉위 600주년을 맞아 연구원을 신집현전으로, 순수학술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구상하고 계신 연구와 교육의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중연 간다고 하니 여러 분들이 적폐청산하라고 하던데, 원장이 무슨 권력이 있나요? 그리고 누구나 원장돼서 처음오면 확 뜯어고쳐서 난도질하고 또 다음 원장 오면 고치고 하는 것 때문에 기관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거잖아요. 저는 재량권도 없을뿐더러 제도는 나름 생각해서 만든 것이니 손대지 않기로 했어요. 또 누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절차 의해 처분을 내리지 기관장 새로 왔다고 물갈이 하지 않기로도 공언했죠. 그리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최소 범위에서 연구지원을 해서, 하나하나 연구 업적을 축적해 내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두 가지 연구지원책을 기획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태학사 프로젝트에요. 독일이나 미국의 박사학위 취득자들은 하빌리타치온(독일 박사자격학위), 테뉴어 논문(미국)을 통과해야 해요. 제가 대학 다니던 70년대 초에 한우근 교수님께서 학위 받고 5년은 취직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때 평생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짓는 연구를 하라는 의미셨죠. 요즘 BK나 HK에서 학위 받은 연구자들이 바로 대형 프로젝트에 징발되지 않나요? 그럼 자기 연구를 못합니다. 마침 자기 연구 분야랑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 교수가 요구하니 들어가면 취업도 안 되고 자기 연구 축적도 안 되죠. 1980~1990년대보다도 대학원생이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후퇴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처럼 일단 5년 동안 매월 5백만 원씩 장학금을 주는 거죠. 일 년에 6천만 원을 5년간 지원하면, 그래봤자 3억이에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여기 와서 연구하고, 필요하면 다른 나라 최고 교수를 불러다 세미나도 하고요, 여기 교수들이 혼자 안 되면 두 명, 세 명, 열 명이 팀티칭하는 거죠. 靑出於藍이에요. 자기보다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데 꼭 더 우수한 실력 있어야 하는 거는 아니니까요. 태학사 과정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10명을 지원했는데 최소 한 명, 두 명 아니 세 명의 세계적 연구자가 나오면 대성공이죠. 다른 분야는 골고루 수준이 높아야 하지만, 학문은 한 사람만 수준이 높아지면 됩니다. 바둑을 예로 들면, 일본, 중국의 수많은 바둑 인구가 있어도 이세돌, 이창호가 있는 한국이 바둑대국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 태학사 제도만 정착이 되면 좋겠다. 선발도 직접 안할 거예요. 특혜 논란이 생길 테니까요. 각 대학에서 총장, 추천교수, 학과장까지 연대책임지고 추천하면 열심히 투자하는 거죠. 자기가 아는 사람, 연고, 제자로 추천하는 통상의 추천제도가 아니고 국가의 역사에 책임지고 남을 사람을 추천해서 걸러낼 정도의 재량권만 갖고 갈 생각이에요. 멀쩡한 강에 22조 쏟아 붓고 아무도 책임 안 지는 것보다 이렇게 학자를 지원하면 훨씬 의미있잖아요. 70억 인류를 먹여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결과에 연연하게 되면 학술지원은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학자를 믿고, 한중연을 믿고 사회가 이해해주고 용인해주면 이 프로젝트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걸 기존 연구자들에게도 적용할 계획도 있어요. 프로젝트 수주에 시달리지 말고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하는 거죠. 지원 5년, 결과내기까지 5년 더 해서 10년을 시간에 쫓기지 말고요. 두 번째는 현재 한국학이 어느 수준에 있는 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용어를 학술사적인 측면에서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객관화돼 있는 용어를 사전적으로 정리해서 그 용어가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리하면, 현재 한국학이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돼 있는가 하는 것을 개념어, 학술용어를 두고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누군가 한국학을 하겠다고 하면, 지도를 보는 것처럼, 한국학에 관한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도록 해서, 추후에 외국어로 번역하는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걸맞은 한국학 연구방법론은 무엇일까요? 현재 한국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정문연을 만든 20세기는 민족문화라는 우리 주체에 대한 것이 전제가 되거나 강한 시기였죠. 지금은 한국학이 인류 문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세계적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조선시대 이웃 고을보다도 지금은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르투갈이 더 가깝고 70억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이는데요, 여기에 문화한국적인 전통과 우리의 특징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70~80년대의 사고방식이나 한 정권, 한 나라를 위한 학문의 틀은 벗어나야겠죠. 한국은 분명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우리 나름의 독특한 장점이 있어요. 불교문화가 들어와서는 중국이나 발상지인 인도보다도 뛰어난 이념 사상으로 성숙시켰고요, 유교에 관한한 성인이란 측면에서 공자, 맹자, 주자 정도는 아니지만, 사상적 측면에서 理氣二元論, 四端七情 같은 논쟁이 가능할 정도로 유교문명을 최고 수준으로 올렸어요. 그렇다고 불교를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기독교 신학 논쟁이 세계적 수준이죠. 결과적으로 우리 머릿속에 유교, 불교, 서양의 기독교 정신과 고대의 샤머니즘이라는 모든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결과적으로 학문하는 데 바탕이 되는데, 19세기 후반부터 손을 놓고 있는 거죠. 저는 다시 그런 측면에서 한국학을 부흥하자는 생각입니다.”

△한중연 산하 한국학대학원도 개교 38주년을 맞았습니다. 원장님의 인재관과 더불어 인재 양성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외국인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한중연에서 하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돌아간 외국인들이 최소한 한국 관련 회사에 취업한다거나, 외교부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한다거나, 그 나라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 연구자로 활동하는 걸 보면 뿌듯하죠. 하지만 내국인 학생들에 대해선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중연 교육의 기본 목적은 한국학 하는데 지원하면서 보조를 맞춰주는 건데, 내국인 대학원생들이 역차별을 말한다거나, 외부 한국학 연구기관이 한중연을 더불어 같이 가야할 기관이 아닌 경쟁기관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미묘한 부분이 있죠.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학원 학문 분야가 한국학 하나로 규정돼 있으면서도 분야가 너무 넓어서요.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학문이 있을 때 대학원 수업이 더 풍부해지는데, 어떤 분야는 전공자가 한두 분이에요, 그 넓은 분야에서요. 이런 상황에서 수준 높은 대학원생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을지….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기에 보완해야할 점이 많아요.”

△임기 동안 원장님께서 꼭 이루시고 싶은 사업이 있으신가요? 한중연에 많은 기대를 걸고 계신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세계적 명성을 얻는 연구원이 한국에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중연이 그렇게 되면 참 좋겠고요. 한중연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한국사회를 위해서, 나아가 학문적 후배들을 위해서죠. 지금은 인류문명에 우리도 뭔가 양적이 아니라 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있어야 하거든요. 현재의 인프라에 100여 명의 연구자들까지 그 조건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봐요. 열심히 하니까 정부가 조금만 힘 실어주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세계적 수준의 품격 있는 학술연구기관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 일에 조금이라도, 제가 벽돌 하나라도 쌓는 일을 하고 나갈 수 있다면 저로서는 충분히 개인적로는 보람 있게 느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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