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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 등장하면 지금의 모든 문제는 소멸할 것”
“초지능 등장하면 지금의 모든 문제는 소멸할 것”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6.1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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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동서 문명과 근대’_ 이필렬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과)의 「인구증가, 생태계, 산업기술」

네이버문화재단 ‘열린연단_ 문화의 안과 밖’의 다섯 번째 강연 시리즈 ‘동서 문명과 근대’가 매 토요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강연은 동서양 근대성의 한계와 가능성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올해 50회 강연이 예정돼 있다. 이필렬 방통대 교수(문화교양학과)의 「인구증가, 생태계, 산업기술」 강연 중 주요대목을 발췌·요약해 소개한다.

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티핑 포인트가 이미 왔다고 주장했던 러브록 같은 ‘파국론자’는 원자력발전의 대대적 확대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파국론자’에 속했던 핸슨도 기후 변화 억제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급진적이고 실현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던 것인데, 핸슨은 티핑 포인트로 요약되는 ‘파국론’을 슬그머니 거둬들였고, 러브록은 이제 기후 변화가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의 생각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21세기 말에 인간보다 우위에 서게 되면 기후 변화를 염려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으로까지 나아간다.

이필렬 방통대 교수(문화교양학과).
이필렬 방통대 교수(문화교양학과).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기후 변화 논의가 무의미해진다는 러브록의 전망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정보통신 기술,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의 발달로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지가 가까운 미래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일부 좌파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자본주의를 종식시키고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적 예언이 실현될 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나 자본주의의 종말에 관한 논의에서는 러브록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로봇의 지배같이 인간 종 자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술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들과 달리 인공지능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 종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큰 관심거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리라는 예측에 동의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이면서 초지능의 지배에 대해 우려하는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2075년경에 인공지능이 거의 확실하게 인간 수준(HLMI)에 도달하고 그로부터 수십 년 후에는 초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닉 보스트롬과 마찬가지로 빌 게이츠와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도 인간 수준을 거쳐 초지능으로 나아갈 인공지능의 발달에 대해 상당히 크게 우려한다. 2016년 알파고를 개발해서 크게 성공을 거둔 딥 마인드의 연구개발진도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구글에 인수될 때 인공지능 윤리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구글의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로 인공지능이 더 빠르게 발달해서 위험 수준에 도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초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최근에 생명공학에서 인간 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모르는 기술로 크게 이목을 끌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도 기후 변화와 마찬가지로 50~60년 후에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할지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윤리적 검토와 연구 금지 요구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더 발달하면 윤리 문제 제기, 반대 운동, 국가적 규제 요구가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 대 동물, 배아 대 성체같이 뚜렷한 구분이 가능한 생명공학의 경우와 달리 인공지능 연구의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해 법을 통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의 ‘좋은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가, 우리가 왜 그런 기술을 원해야 하는가?”와 같은 물음을 던지기도 하겠지만, 무기력하게 밀려나고 말 것이다. 그러한 문제 제기와 상관없이 연구와 새로운 발견과 개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초지능이 등장하면 인구 증가,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그리고 자본주의 문제는 문제 자체가 소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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